‘치명적인 영국식 로맨스’ 흔들리는 지평선

‘흔들리는 지평선’ 샬로트 램

흔들리는 지평선
Title: 흔들리는 지평선
Original Titles: Dark Pursuit(1991)
Published: 1991
Time:

전직 모델인 캐틀린은 백만 장자 먼로 리치와 아름다운 아내 역할, 집 관리, 의붓 딸 질의 보육등의 세가지 조건을 내걸고 계약 결혼을 한다. 캐들린은 애정 없는 결혼 생활에 점차 지쳐가는데 어느 날 남편 먼로와 참석한 파티에서 죽은 줄 알았던 전남편 로디를 보고 기절을 하고 만다. 지진으로 자신의 죽음을 위장했던 로디는 캐틀린에게 돈을 요구하며 그녀가 말을 듣지 않으면 중혼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위협한다.

로맨스 장르를 전세계적으로 뿌리게 내리게 한데에는 할리퀸과 실루엣 로맨스 출판사의 공로가 지대하다. 한달에 수십권씩 쏟아져 나오는 이 문고판 소설의 작가군은 크게 영국과 미국인데 (같은 영미 문화권인 호주의 영역도 커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영미권의 아성은 절대적이다.) 두 나라의 문화가 달라서 그런지 로맨스를 풀어 내는 방식에도 미묘한 차이점이 있다. 재미있는 농담 중에 식사 자리에서 다같이 조용히 의논한 뒤 대표가 나서 식사 주문을 하면 영국이고 어떤 의논 과정을 거치든 여성이 주문을 주도하는 나라는 미국이라는 말도 있는 것처럼 미국의 로맨스에서는 여성의 입김이 상당히 세다.

성희롱이나 부부 강간,강간에 가까운 성관계 묘사는 미국 로맨스에서는 주류가 아니며 정치적인 올바름의 구호 아래 자체 검열도 상당한 편이다. 반면 영국 로맨스는 이런 요소에 대해 너그러운 편인데 영국 지역이 미국에 비해 마초이즘을 인정해 주는 분위기가 한 몫 하지 않았나싶다. 한국 독자들은 깔끔하지만 다소 건조하게 느껴지는 미국식 로맨스보다 극적이며 끈적한 감정이 묻어 나는 영국식 로맨스를 선호하는게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금은 고인이 된 샬로트 램의 1990년작《흔들리는 지평선》은 극적인 스토리, 마초이즘, 가부장제,강간에 가까운 성관계,소유욕과 집착으로 얼룩진 사랑 표현 방식등으로 가슴에 강력한 뇌리를 남기는 치명적인 영국식 로맨스물이다.
계약 결혼으로 지친 캐틀린과 그녀에게 소유욕인지 집착인지 모를 사랑을 보여주는 먼로의 관계는 한 순간도 평범하게 보이지 않는다. 성관계를 거부하는 캐틀린과 억지로 관계를 맺고 그녀가 여전히 자신의 소유물임을 주장하는 먼로의 행동은 혐오감마저인다.

캐틀린은 먼로 이전의 연인에게 불감증에 걸린 차가운 여자라는 말을 들었다가 먼로의 평범치 않은 구애덕에 사랑에 눈을 뜬다는 설정인데 샬로트 램을 위시한 할리퀸 작가들이 이런 관계를 즐겨 사용하는 이유는 현실상에서도 다수의 여성들이 자신의 현재 관계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신이 혹 불감증이 아닐까하는 의심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일것이다. 분명 이런류의 할리퀸에는 강력한 항우울제로서의 긍정적인 기분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왜곡된 관계를 보여준다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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