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영화들의 또 다른 원작” 작은 아씨들(1933)

Little Women (1933)
115 min|Drama, Family, Romance, War|24 Nov 1933
7.2Rating: 7.2 / 10 from 6,276 usersMetascore: 92
A chronicle of the lives of a group of sisters growing up in nineteenth-century America.

태초에 이 영화가 있었다. 루이자 메이 올콧의 ‘작은 아씨들’은 지금까지 극장 개봉 영화로 총 7번 제작됐는데 1933년 판이 최초의 유성 영화로 지금까지 나온 ‘작은 아씨들’ 영화의 또 다른 원작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소설과 다른 영화만의 아이덴티티가 있다.

<필라델피아 스토리(1940)>,<이중생활(1947)>,<귀여운 빌리(1950)>,<스타 탄생(1954)>,<마이 페어 레이디(1964)>등 감독 리스트에서 유명하지 않은 작품을 세는 것이 더 빠른 할리우드 명감독 조지 큐커의 1933년 작. 감독 조지 큐커는 여배우들과 작업 결과가 좋아 ‘여배우 감독(woman’s director)이 불렸는데 당시 스튜디오에서 용처를 찾지 못했던 개성파 여배우 캐서린 헵번을  <이혼 증서(1932)>로 발탁해 이후 <작은 아씨들(1933)>,<실비아 스카렛(1935)>,<어떤 휴가(1938)>,<필라델피아 스토리(1940)>,<아담의 갈빗대(1949)>까지 훌륭한 협업을 이룬다.

<작은 아씨들>은 캐서린 헵번이 <아침의 영광(1933)>에 이은 두 번째 주연작이자 네 번째 출연작으로 이 작품으로 그녀는 1934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고 영화는 1934년 아카데미상 감독과 각색 부문에 올라 각색상을 받았으며 1933년 전미 박스 오피스 9위에 오를 정도로 흥행에도 성공했다.

1933년작 작은 아씨들

1933년작 ‘작은 아씨들’

시대적으로 이 영화가 만들어졌던 1933년은 미국의 대공항 시절 막바지로 실업률이 25%에 달하던 최악의 시기였다. 영화는 남북전쟁과 대공항이란 닮은 시대상을 통해 조국을 위한 희생과 가족애를 전면에 내세운다.  본디 부유한 집안이었던 ‘마치(march)’ 가는 아버지 마치 목사가 친구를 돕다 가세가 급격히 기울고 남북전쟁에 군종 목사로 참전하면서 집안 안팎 살림이 오롯이 네 자매와 어머니의 몫이 된다. 군인 원조 회에서 일하는 마치 부인은 두 아들은 전사하고 다른 아들은 포로, 마지막 남은 아들이 군 병원에 누워 있어 워싱턴에 간다는 할아버지를 보며 상대적으로 나라를 위해 더 봉사할 일이 없음을 안타까워하며 한편으로는 네 딸이 곁에 있어 행복한 사람이라며 웃는 도입부에서 이 영화가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있다.

1994년이나 2019년 영화를 먼저 접한 이들에게는 고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이 영화야말로 원작 소설을 해치지 않고 그대로 만들어졌다. 자매들이 전장에서 온 아버지의 편지를 읽고 반성하며 더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이나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내가 얻을 수 없는 물질이나 자리에 욕심내지 않는다는 주인공들의 행동 역시 당대 소녀 문학 장르의 전형이다.

소설 ‘작은 아씨들’은 1부인 네 자매의 소녀 시절부터 2부인 결혼시대까지 다루는 꽤 방대한 내용이어서 짧은 러닝 타임 영화로 다 담아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래서 영화는 좀 더 쉬운 길인 ‘조의 자매들’을 택했다. 감독은 선머슴 같은 조, 사람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에이미, 아이들은 사랑하는 메그, 수줍은 베스의 성격을 단 몇 장면의 스케치만으로 예리하게 잡아냈지만, 누가 뭐래도 영화의 무게 중심은 조다. 개인적 서사가 생략된 에이미는 언니가 꿈꿨던 ‘그래드투어’도 빼앗고 결과적으로 남자까지 가져가는 얄미운 캐릭터가 됐다. 훗날 나온 다른 리메이크작 역시 대다수가 이 전철을 밣는다.

십대시절부터 20대 중반까지 근 10년을 다루는 영화 속 시간의 흐름상 배우들은 10대 소녀부터 20대 처녀까지 연기해야해서 배우들의 나이댓가 상향 평준화 됐다. 조역의 캐서린 햅번은 26살, 메그 역을 맡았던 프랜시스 디는 24살, 에이미 역의 조안 베넷은 23살이었고  베스역의  진 파커가  18살로 그나마 어렸다. 더욱이 에이미 역의 조안 베넷은 영화 촬영 당시 임신 중이었다.  캐서린 햅번의 외모는 도저히 15살의 소녀로 보이지 않지만, 그녀의 연기는 그 후 조를 연기한 배우들이 그녀의 발자국을 따라가기에 급급한게 아닌가 정도로 조 연기의 교본이다.

1933년작 작은 아씨들

조역의 캐서린 햅번, 로리 역의 더글라스 몽고메리

각색 과정에서 꽤 많은 부분이 극적으로 변경됐는데 네 자매가 모두 로리네 파티에 참석하는 장면과 조와 베어 교수의 빗속 재회 장면은 이 영화만의 독창적 장면으로 후대의 리메이크작에도 똑같이 등장한다.  영화화 되면서특히나 많은 변형이 가해진 건 조와 로리의 관계다. 책과 비교하면 영화가 좀 더 핑크빛 무드다.

원작에서 로리는 조의 인생에서 일종의 베이비 브라더이자 친구의 위치일 뿐이며 베스가 로리를 짝사랑한다고 오해한 조가 두 사람을 이어주기 위해 뉴욕으로 떠나기까지한다.  로리 역의 배우는 당대 청춘스타였던 더글러스 몽고메리로 캐서린 헵번과 묶어 홍보하기에도 이쪽이 더 수월했을 것이다. 이 마케팅 법칙은 후대까지 이어져 ‘작은 아씨들’의 로리역의 배우는 당시에 잘나가는 신예들이 맡고 친구 이상 애인 이하의 풋풋한 연애가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다. 로리와 조가 맺어지지 않고 각자 다른 이와 맺어지는 결말이 이런 마케팅과 충돌해 의도치 않게 관객에게 허탈감과 분노를 일으킨 원흉이 된다.

 

 

* Copyright ⓒ 로맨스웹진 로맨시안(www.romancia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