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 소녀들의 우정기’ 시모츠마 이야기

‘시모츠마 이야기’ 타케모토 노바라

시마모츠 이야기
Title: 시마모츠 이야기
Original Titles: 下妻物語 (2002)
Published: 2002

《시모츠마 이야기》는  1권《시모츠마 이야기 – 양키소녀와 로리타 소녀》, 2권《시모츠마 이야기 – 살인사건》라는 부제를 달고 2002년과 2005년에 출간됐다. 양키 소녀와 로리타 소녀라는 독특한 부제가 달린 1권은 우리에게는 매우 낯선 일본의 하위 문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양키(우리의 양아치와 비슷한 개념)와 로리타는 둘 다 독특한 옷차림으로 다른 집단과 구별 짓는데 양키는 평상복은 차이나 칼라재킷, 쿠루마히다(주름이 유별나게 많이 들어간 치마) 외출복은 니카보카(일본 건설 노동자들이 주로 있는 작업복 바지)위에 특공복입기, 로리타(로리타 콤플렉스의 로리타 맞다)는 레이스가 많이 달린 소녀 풍 드레스를 입는다.

극 중 로리타인 류가사키 모모코는 대표적인 로리타 브랜드인 ‘베이비 더 스타스 샤인 브라이트’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있고 이 브랜드의 옷을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전직 양키인 ‘못난 아버지’가 팔다 남은 짝퉁 베르사체를 판다는 광고를 낸다. 이를 보고 시라류리 이치고가 찾아온 것을 계기로 두 사람은 우정이 시작된다. 사람은 혼자 살다가 혼자 죽는 것을 외치던 모모코는 앞뒤 가리지 않고 돌진하는 이치고의 기묘한 애정공세에 물들고 왕따 소녀 이치고는 모모코를 통해서 표면적인 우정이 아닌 진실한 우정을 얻는다. 양극단을 달리는 옷차림과 정반대의 삶의 노선에도 불구하고 두 소녀들이 친해질 수 있었던 것은 그녀들이 둘 다 사회 주류에서 벗어난  아웃사이더들이기 때문이다. 양키와 로리타의 시대착오적인 옷차림을 쉽게 비웃음 당하지만 본인들은 어느 누구의 편견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들만의 삶을 추구하는 것이 새삼 존경심이 생길 정도이다.

이 하위 문화를 전혀 모르는 이국의 독자들에게까지 이런 마음이 생기게 하는 데는 물론 작가인 타케모토 노바라(嶽本野ばら)의 힘이 크다. 남자이면서도 건담 보다 들장미 소녀 캔디에 열광하고 소녀 문화에 심취했음을 당당하게 밝히고 있는 작가는 일본 대중 문화 전반에 걸친 해박한 지식과 위트가 듬뿍 섞인 문장으로 ‘다른 것이 틀린 것은 아니다’라는 진리를 명쾌하게 전달해준다. 논 밖에 없는 시골마을 시모츠마를 무대로 한 《시모츠마 이야기 – 양키 소녀와 로리타 소녀》는 2004년 《불량소녀 모모코》라는 영화로 제작 돼 일본영화잡지 키네마 준보의 베스트 10에 오를 정도로 극찬을 받았다.

2005년 작가는 시모츠마 이야기의 완결편인 《시모츠마 이야기 – 살인 사건》을 발표하는데 전작이 두 소녀의 독특한 세계관과 우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두 번째 이야기는 10대에서 20대로 넘어가는 소녀들의 성장기다.

모모코는 ‘베이비 더 스타스 샤인 브라이트’의 사장인 이소베에게 능력을 인정 받고 디자이너로 취직하라는 권유를 받지만 더 이상 순수한 팬으로 남을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망설인다. 한편, 이치고와 함께 고속버스를 타고 도쿄에서 시모츠마로 돌아오던 모모코는 자신이 잠든 사이에서 버스 안에서 ‘야쿠자’ 한 명이 살해 당하고 바보 같은 아치고가 용의자로 몰렸다는 사실에 경악한다.

모모코는 전직 양키이자 현직 자스코(대형 쇼핑몰) 경비원인 세이지의 도움을 받아 사건 해결에 나서는데 양키에게 속절없이 잘 반하는 이치고는 예외 없이 세이지에게 첫 눈에 반한다. 전형적인 탐정 소설의 양식을 취하고 있으나 속 알맹이는 성장하기를 두려워하는 이치고와 모모코다. 대차 보이는 외모와 달리 좋아하는 남자에게 한 마디 말도 못하는 원조수줍녀 이치고와 정말 옷을 좋아하면서도 디자이너가 되면 초심을 잃을까 앞으로 나서지 못하는 모모코는 살인 사건을 통해 자신들의 문제도 해결해 간다.

탐정 소설이자 성장 소설인 《시모츠마 이야기 – 살인 사건》은 모모코가 도쿄로 떠나면서 소녀 시절에 종언을 고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모모코는 세월이 지나면 자신들의 우정이 빛 바랠 것을 걱정하면서도 파리 콜렉션에 진출해 이치고가 선물한 촌스러운 특공복을 입고 무대 인사를 하겠다며 굴하지 않는 소녀 시대의 컴백을 선언한다. 킬킬거리고 웃으면서 책을 읽다가도 소녀들의 끝나지 않는 진한 우정 때문에 눈물 한 방울을 떨구게 만드는 소설이다.  싸움와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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