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소설의 역사 – 로맨스 소설 표지 변천사


평소 사전을 뒤져도 도무지 알 수 없는 전문 용어 앞에 절망한 독자들과 로맨스 소설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은 독자들을 위한 로맨스 장르 총정리!

내가 알려주고 싶어 쓰는 로맨스 잡학! 알쓸로잡!!

파비오(Fabio) 또는 파비오 란초니 라는 이가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이탈리안 혈통임 드러나는 이름을 가진 이 사람은 한 때 로맨스의 제왕이라 불렸던 인물이다. ‘로맨스의 제왕’이라는 대단한 타이틀을 가진 파비오 랜조니는 이태리 밀라노 출신의 패션 모델로 1982~1994년까지 수백 권의 로맨스 소설 표지를 당당하게 장식했으며 자신이 직접 로맨스 소설을 써 최초의 남성 로맨스 작가라는 타이틀도 가지고 있다.  그는 < I Can’t Believe It’s Not Butter> 마가린 광고 모델로서 광고료가 가장 비싸다는 수퍼볼 대회 광고로도 등장한 바 있으며 각종 토크쇼 게스트, 피플지의 표지 모델 등으로도 미국 내 인지도가 상당히 있는 인물이다.

미국의 역사 로맨스 출판사 에이븐은 그가 300달러를 받고 표지 모델로 등장하기 시작한 후 20~40%의 판매 신장률을 보였다 하니 호불호를 떠나서 로맨스 소설 커버 사(史)에서 큰 족적을 남긴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90년대 중반 이후부터 더 이상 파비오를 로맨스 표지에서 찾는 것이 어려워졌다. 슈왈츠제네거나 스탤론 같은 근육질 액션 스타의 길을 걷고 싶던 파비오 본인의 욕망도 있었겠지만 로맨스 소설의 표지에도 시대에 따라 변화가 왔기 때문이다.

 

하위 장르에 따른 커버의 종류 

초기 시절 일반적인 형태는 장르불문하고 주인공으로 보이는 남녀가 포옹하고 있는 장면을 포착한 일러스트였다. 책의 내용에 따라 노출 수위의 향방이 결정되는데 초기에는 역사 로맨스 쪽의 표지가 노출 부위가 많았다. 특히 80~90년 초 두 명의 걸출한 로맨스 커버 스타 ‘파비오’와 ‘스티브 샌달리스’가 로맨스 커버 시장을 장악하던 시절에는 역사 로맨스라면 으레 근육이 잘 발달된 남주인공이 가슴을 반쯤 드러낸 여주인공을 억세게 끌어 안고 있는 장면이 표준이었다. 유명 로맨스 작가인 산드라 브라운은 일명 ‘이두근과 가슴’으로 요약되는 로맨스 커버 디자인이 로맨스 소설의 품격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해 1994년부터 꾸준한 노력을 통해 로맨스 커버 디자인 다변화에 앞장을 서기도 했다. 

 ‘이두근과 가슴’형 디자인은 하이랜더나 기사 같은 남성적인 이미지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역사 로맨스 소설에 종종 등장하거나 커버를 한 장 넘기면 속지처럼 나오는 스텝백(Stepback) 커버로 숨어버렸다가다  2010년대 이후 에로틱 로맨스가 득세하면서 다시 대세가 되었다.  

리젠시 로맨스나 클린 로맨스 같은 경우 품위가 넘친다. 제인 오스틴과 브론테 자매를 계승하는 리젠시 로맨스 장르는 당시 시대 복장을 완벽하게 갖춰 입은 남녀가 맞게 가볍게 손만 잡고 있거나 아니면 남성이 여성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선에서 마무리되며 키스나 포옹만 허용되는 클린 로맨스 장르에서는 매우 건전한 옷차림의 남녀가 세상 행복하게 웃으며 서 있다. 

할리퀸에서는 하위 카테고리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세련된 옷차림을 한 남녀가 다정하게 포옹 하고 있는 자세가 가장 일반적이다. 책 내용의 성적 수위에 따라 키스의 농도나 노출 수위, 스킨쉽 표현 정도가 달라진다.

커플 다음으로 많이 등장하는 커버는 남성이나 여성 1인만이 등장하는 초상화형 커버이다. 남성 단독 커버의 경우 2000년대 초반까지는 바이킹이나 하이랜더가 등장하는 중세 역사물, 남자 형제들이 등장하는 시리즈물, 뱀파이어나 늑대인간이 나오는 패러노말물, 수잔 브럭맨의 TTD 시리즈 같은 밀리터리 로맨스, 소방관, 경호원,목장주 같은 남성미를 분출해야 하는 직업을 강조할 필요가 있을때나 사용 됐으나  에로틱 로맨스가 메인 장르로 떠오르자 포르노물을 방불케 하는 표지가 경쟁적으로 시장에 등장했다. 반라의 남성이 잘 발달된 식스팩을 과시하는 것은 이제는 기본중에 기본이다. 예외적으로 노출을 하지 않고 완벽한 수트 차림의 남성이 등장할 경우 ‘액션/어드벤처’ 류가 아니라면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같은 ‘BDSM’류일 확률이 매우 높다. 

여성이 표지를 장식하는 경우는 현대물에서는 독립성이나 자유를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특이하게도 할리퀸 같은 시리즈 로맨스류에서는 여성 단독 표지는 거의 전무하다.  드물게 단독일 경우 임신한 여성이니 단독아닌 단독이다. 커플을 강조하는 장르 특성상 어쩔 수 없다지만 남성 단독 표지는 쉽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역사물에서 여성 단독 표지 빈도수가 가장 높은데 세밀한 드레스 묘사가 독자에게 대리만족을 시켜주기 때문일 것이다. 


한 때 인간의 육체미만을 보여주던 커버 디자인이 품격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시장에서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등장한 커버 디자인이 부채,구두,보석 상자같은 소품이나 신비스러운 풍광 옛스런 성 등을 묘사한 디자인이다. 주로 역사 로맨스나 현대 로맨스에 많이 쓰이는데 역사 로맨스 같은 경우 여전히 스텝백 커버나 뒷면 커버에는 예전 <이두근과 가슴>형 디자인을 채택해 요식 행위를 했다. 지금은 찾아보기 쉽지 않은데 이 아름다운 아트워크를 아쉬워 하는 로맨스 독자들이 많다. 

사물 디자인은 에로틱 로맨스가 득세하면서 은밀하게 ‘BSDM’를 암시할 수 있기에 선호되고 있다.  같은 사물이라도 에로틱 로맨스가 아닌 경우 소설의 줄거리를 알 수 있는 아이템이 등장하나 에로틱 로맨스는 하이힐,수갑,립스틱,마스크 등 특정 행위를 위한 도구가 나온다. 


커버 디자인 중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디자인은 작가의 인지도 하나만을 보고 전면에 작가의 이름과 작품 명만을 타이포그래피화 시킨 디자인이다. 한 때 대다수의 로맨스 소설에서 채택했으며 노라 로버츠, 산드라 브라운, 린다 하워드, 주드 데브르 등의 손에 꼽을만한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 작가의 작품 이나 혹은 과거 인기작의 재 출간작일 경우 흔히 사용된다.


칙릿과 판타지 로맨스가 인기를 끌면서 카툰 커버와 판타지 일러스트풍의 커버 디자인이 새롭게 등장했다. 열혈 로맨스 매니아 중에는 카툰 커버가 과거 <이두근과 가슴> 커버처럼 로맨스의 품위를 떨어뜨린다고 주장하기도 했으나 이제는 역사 로맨스 소설까지 카툰 커버가 등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넷플릭스발 로맨틱 코미디가 대대적인 히트를 기록해 일명 롬-콤(로맨틱 코미디의 약자) 르네상스 바람이 불자 일러스트레이션 표지가  대세가 됐다. 

 

모델은 누구일까?

남성미를 극대화 시켜셔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에 주로 피트니스 잡지의 모델이 많이 섭외된다. 과거 활발한 활동을 했던 파비오나 스티브 샌달리스등도 이에 속하며 그 밖에는 작가적 상상력에 의존하는 편이다.

제임스 아론 바카가 표지 모델로 등장하는 로맨스 소설

서양과 동양의 취향차에 의해 일명 버터 왕자 같은 남성들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한국 여성들이 선호할 만 남성상은 아니다. 대표적인 모델을 소개하자면 80~90년 초까지 시장을 양분했던 파비오와 스티브 샌달리스와 2000년도 이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존 디살보가 있다. 파비오는 400권이상, 스티브 샌달리스는 800여권,존 디살보는 600여권의 표지를 담당 했다 하니 어디선가 이들의 얼굴을 봤을지도 모르겠다. 최근에 주목을 받는 이는 44살의 전직 피트니스 모델 제이슨 아론 바카로 600여권을 작업했다. 

 

국내 로맨스 북커버

국내 할리퀸 번역판은 값싼 문고판, 국내 정서 고려라는 한계 때문에 개성적인 책 디자인보다는 그때그때 책 제목과 매치되는 선에서 낭만적인 분위기를 최대한 표출하는데 포인트를 맞추고 있다.

#국내 로맨스 표지

국내 싱글 타이틀 로맨스의  가장 두드러진 경향은 웹소설이 유행하면서 순정만화풍의 예쁜 일러스트다. 무엇보다 외국과 가장 큼 차이점은 19금 에로틱 로맨스가 시장의 주류로 떠올랐다고는 하지만, 19금 빨간 딱지를 제외하면 대다수의 표지에서 성적인 뉘앙스는 찾기 힘들다.  

버클리 수석 디자이너 사라 오버렌더의 작업물들

해외 로맨스 같은 경우 시장의 파이가 워낙 크기 때문에 로맨스 독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출판사의 아트 디렉터, 편집자, 디자이너가 매주 만나 방향을 정한다.  우리가 흔히 보는 실사 로맨스 커버의 경우  포토그래퍼가 모델을 고용해 패션지 표지를 작업하듯 작업 한 결과물이다.  E L 제임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실비아 데이의 ‘크로스파이어’ 시리즈의 세련되고 고급스런 정물 커버 스타일은 해외 로맨스 커버 뿐만 아니라 타 장르 소설 디자인계에도 일대 바람을 일으켰다. 

국내에서도 내용물을 전혀 알 수 없는 무색무취의 솜사탕 같이 달콤하고 예쁜 표지 혹은 미형의 게임풍 일러스트 포장재 말고 좀 더 다양한 로맨스 커버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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