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인어 공주들을 위하여’ 달콤한 나의 도시

‘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달콤한 나의 도시
Title: 달콤한 나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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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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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살의 7년차 편집 대행사 대리 오은수는 6개월 전 헤어진 남자 친구의 결혼식 날 그에 대해 쿨한 행복을 빌어 주거나 대성통곡을 하는 대신 멀쩡히 회사에 출근해 프리젠테이션 준비를 한다. 그리고 자신의 무감각해진 심장의 상태를 걱정하며 화장실 안에서 코를 푼다.

은수의 동갑내기 친구 재인은 의사와 선 본지 17일만에 결혼을 결심한다. 또 다른 친구 유희는 잘 다니던 대기업 과장직을 때려 치우고 오랜 꿈이라면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고 선언한다. 은수는 어색하게 끼어든 술 자리에서 7살 연하의 영화 감독 지망생 태오를 만나 원나잇 스탠드를 한 뒤 태오의 열렬한 구애로 연인 사이가 된다. 한편 회사 상사인 안이사의 권유로 선을 보러 나간 은수는 김영수라는 지극히 평범한 남자와 만난다.

여주인공 오은수는 대한민국 대도시에서나 쉽게 마주칠 수 있는 평범한 여성이다. “너 처럼 그렇게 공부 안 하면 대학 못 간다. 대학 못 가면 시집도 못 간다”는 모순적인 대사를 격언처럼 듣고 자랐고 남들보다 크게 빠지는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특출 난 것도 없는 보통 대한민국 여성이다. 책의 내용은 이 평범한 여성 오은수가 두 남자 태오와 김영수를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는 내용이다. 이 지독히도 일상적인 이야기가  히트한  배경에는 일상성과 일상성을 특별하게 포장하는 작가의 감각적인 문장력에 있다.

은수는 여느 여성 독자들과 같은 상품들을 먹고 마시고 소비하며 동일한 감정 패턴을 보인다. 그녀는 1500원짜리 점심을 먹고 그에 두 배가 넘는 스타벅스의 커피를 즐긴다. 친구의 앞선 결혼에 정체 모를 허탈감에 휩싸여 과음하고 낯선 남자와 원나잇 스탠드를 한 다음 날에도 회사 출근 걱정에 눈 앞이 하얗게 변한다. 연하 남자 친구의 감정 보다는 자신의 자존심을 데이트 비용으로 환산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상대방을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앞으로 이 같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 걱정이 돼 결혼을 결심하기도 한다. 어느 세대보다 독립을 꿈꾸면서도 남들의 눈을 의식하는 아이러니한 세대. 은수는 지독하게 이기적이나 혹은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이 시대의 여성의 바로미터다. 그녀의 친구들도 은수와 비슷하다.

이런 일상성은 작가의 손끝에서 감각적으로 포장된다. 마치 우리가 평범한 일상을 포토샵으로 능숙하게 다듬어 탈일상화를 꿈꾸는 것처럼 작가는 은수가 겪는 평범한 일상이나 사고(思考)를 잠언으로 탈바꿈 시킨다. 이런 감각적인 글귀들은 무엇이든 정의 내리려 애쓰는 요즘 독자들을 사로 잡았고 책 속에 실린 권신아의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함께 블로그를 빼곡히 채우고 있다.

태오와의 사랑도 영수와의 결혼도 실패로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은수는 마지막으로 영수에게 이메일을 보내면서 자신을 인어공주로 지칭한다. 물 밖으로 나와 어른이 될 것을 강요 받고 있지만 자신의 힘 대신 왕자의 허리를 잡고 물 밖으로 멋지게 부상하고 싶었던 어설픈 인어 공주. 32살 가진 것도 없고 이룬 것도 없으며 나를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도 내가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도 없는 오은수는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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