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퀸 키드의 비상(飛上)’ 그대가 손을 내밀 때

‘그대가 손을 내밀 때’ 이지환

그대가 손을 내밀 때
Title: 그대가 손을 내밀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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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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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 그룹의 젊은 총수 윤지유는 부모들의 결혼으로 맺어진 의붓 형제인 한서은과의 관계를 무마하기 위해 재택 비서의 딸인 스무 살의 지무이와 결혼을 결심한다. 지유는 아버지인 지 집사의 병 구환을 내세워 무이의 쉽게 반발을 제압하고 그녀와의 명목상의 결혼 생활을 시작 하지만 첫 의도와는 달리 순수한 무이에게 점차 빠져든다.

《그대가 손을 내밀 때》는 이지환의 시작을 볼 수 있는 데뷔작으로 작가의 역작이라 할 만한 《화홍》의 원형이 그대로 살아 있다. 재벌 총수로 엄격하게 키워져 인간적인 감정이 메말라 있는 윤지유, 지유에 대한 사랑만큼 야심도 커 그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한서은,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캐릭터인 지무이. 지유의 명목상 결혼을 놓고 서은과 지유과 대화를 나누면서 시작하는 도입부, 서사의 전개, 플롯 하나하나까지 시대 배경과 이름만 다를 뿐 쉽게 《화홍》 이 오버랩 된다. 아무래도 처녀작이다 보니 《화홍》에 비해 전개가 매끄럽지 않으며 로맨스 드라마와 코미디가 뒤섞여 종종 불협화음을 내기도 한다.

《그대가 손을 내밀 때》는 나아가 이지환이라는 작가의 뿌리를 더듬어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국내 로맨스 작가들은 모두 어렸을 할리퀸 시리즈를 읽고 자란 할리퀸 키드 들이다. 그래서 국내 로맨스 소설들은 기본적으로 성질 나쁜 재벌 남주인공과 상대적으로 가난하지만 당찬 여주인공으로 대변되는 할리퀸적인 캐릭터의 경연장이다.

플롯은 1980~90년대 한창 번역 붐이 일었던 주드 데브르나 주디스 맥노트의 장편 역사 로맨스의 영향을 받았다.  전형적인 팜므파탈형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긴 채 정략 결혼을 하는 중세 기사인 남주인공이 숱한 오해와 반목 끝에 외모는 초라하나 현명한 여주인공의 진심을 알게 되면서 사랑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는 것이 그 시절 역사 로맨스의 전형적인 플롯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냉정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남주인공이 야무진 여주인공에게 번번히 당하는 아기자기한 에피소드와 어느새 주변 인물들이 모두 여주인공과 한 편이 되는 것도 그러하다.

로맨스 드라마 속 희극적인 요소의 가미는 순정(소녀) 만화의 전개 법칙의 차용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짐짖 심각하게만 흐를 수 있는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코믹 컷이 만화와는 달리 활자로만 표현되는 로맨스 소설상에서는 주어진 역할을 해내기보다는 불협화음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이지환 작가가 국내에서 인기가 있는 것은 작가적 토양이 된 위와 같은 요소를 단순 복제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신 안에서 재정립하는데 성공한 데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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