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의 역사 3. 국내 할리퀸 번역사

by 삼월토끼 posted Dec 21,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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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퀸/실루엣’시리즈는 ‘삼중당’ 에서 발간한 ‘하이틴 로맨스(Highteen romances)’시리즈를 통해서 국내에 처음으로 알려지게 됐다.’할리퀸’시리즈는 엄연히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애소설이었지만 어찌된일인지 국내에서는 ‘하이틴 로맨스’라는 이름을 달고 여고생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물로 둔갑한다. 1979년부터 1986년까지 총 500권이 발간된 ‘하이틴 로맨스’시리즈는 국내에 로맨스 소설을 도입했다는 의의를 갖는 동시에 ‘소녀들이나 읽는 가벼운 읽은 거리’라는 뿌리 깊은 통념을 품게 만든다.‘할리퀸 로맨스’라는 정식용어 대신 ‘하이틴 로맨스’라는 의미불명의 단어를 통용시켜 지금도 각종 언론매체에서 ‘하이틴 로맨스’가 로맨스 소설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곤 한다.


1979년부터 1986년까지 총 500권이 발행된 ‘하이틴 로맨스’는 시리즈 로맨스 소설의 대표인
할리퀸 엔터프라이즈 사의 ‘할리퀸/실루엣’시리즈를 번역 출간한 것으로 1984년에는 ‘할리퀸’
하위 시리즈 중 하나인 ‘할리퀸 아메리칸 로맨스(Harlequin American romance)’ 라인을
‘하이틴 아메리칸 로맨스(Highteen American romance)’시리즈로 번역 출간한다. 1985년부터는 ‘하이틴 이미지’시리즈를 추가로 출간하나 이 시리즈는 단 16권만에 단종됐다.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하이틴 이미지’시리즈와 ‘하이틴 로맨스’ 모두 ‘할리퀸 프레젠트’시리즈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중복 출간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나 싶다.


80년대 읽은 거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시절, 여고생들이 값싼 가격으로 출간되던 ‘하이틴 로맨스’를 구입해 돌려보는 것이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잡게 되자 여타 다른 출판사들이 우후죽순처럼 문고판 로맨스 시장에 뛰어든다. 서울출판의 ‘프린세스 베스트셀러’, 문화광장의 ‘투유북스’, 문화생활의 ‘실루엣 로맨스’, 삼중문화사의 ‘로맨스파워’, 창인사의 ‘팅거벨 로맨스’, 현지의 ‘러브스웹트’등 1984년부터 1987년 단 3년사이에 각종 로맨스 시리즈가 출판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이들 국내 로맨스 시리즈는 할리퀸 엔터프라이즈 사의 ‘할리퀸/실루엣’시리즈, 밴텀사의 ‘러브스웹트(Loveswept)’ 같이 유명한 외국의 로맨스 시리즈를 원 텍스트로 삼았다.

원서는 한정돼 있는데 번역 로맨스 시리즈가 난립하다 보니 각 출판사의 출간 목록의 상당 부분이 겹치는 웃지 못할 사태까지 벌어진다. 밴텀사의 ‘러브스웹트’시리즈를 가져왔던 것으로 알려진 현지의 ‘러브스웹트’시리즈 역시 다이애나 팔머작 《The tender stranger》, 《Heart of Ice》나 스테파니 제임스 작 《To tame the hunter》처럼 ‘할리퀸/실루엣’ 시리즈가 다수 포함돼 있었다. 지금의 기준으로는 이 때의 중복 출간 방식이 수긍이 가지 않는데 당시 다른 출판사에서 펴낸 책임에도 불구하고 중복되는 책들이 버젓이 출간될 수 있었던 것은 과거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희박하고 국제적인 저작권 보호의무가 없었던 시절이 남긴 관행 때문이다.

이들 문고판 로맨스 소설 시리즈들은 값싼 돈으로 손쉽게 책을 구입해 볼 수 있는 편리성 덕에 빠른 속도로 번역 로맨스 시장을 확대시켰지만 반면 원가를 낮추기 위해 고등학생/대학생 같은 비전 문집 단을 번역 아르바이트로 고용해 반역에 가까운 번역을 자행했다. 성인물을 청소년등급으로 만들기 위해 ‘성애 장면’등을 적당히 윤색하거나 부적절한 장(chapter)을 아예 들어내고 다음 장과 이어 붙이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이후 국내 출판사가 편역을 하는 것은 로맨스 번역계의 몹쓸 관례로 자리잡는다.


이들 시리즈는 정식으로 저작권을 구입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수가 원저자나 원서명의 정보가 미기재 돼 있고 한글로 쓰여진 저자명의 경우에는’I. 쟌센’식으로 표기돼 있어 20년이 지난 현재의 시점에서는 같은 책을 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아무리 로맨스 매니아라 할지라도 ‘I. 쟌센’과 ‘아이리스 요한슨’을 동일인물로 생각하기는 쉽지가 않다. 이들 번역 로맨스 시리즈의 난립은 저작권 대행사인 IPS가 1986년 할리퀸 엔터프라이즈 사와 정식으로 저작권 협정을 맺으면서 한 시대를 마감하게 된다.


※ 여기서 잠깐!!!
1990년 예조사에서 ‘하이틴 로맨스’ 시리즈의 일부를 ‘다이애나 로맨스’시리즈로 재 출간한다.‘다이애나 로맨스’는 원저자와 원서 명이 비교적 충실하게 기재돼 있었으나 1986년부터 ‘할리퀸/실루엣 로맨스’ 시리즈의 한국 내 저작권은 ㈜신영미디어가 소유하고 있으므로 엄연한 저작권 침해 사례다. ‘다이애나 로맨스’는 1992년에 단종되면서 국내에서 문고판 로맨스 시리즈를 내는 출판사는 ㈜신영미디어 한 곳만 남게 된다. 물론 1998년 KMKpress에서 유명 로맨스 출판사인 켄싱턴사의 ‘Precious Gems Romance’ 시리즈를 ‘Eyes & Heart romance’시리즈로 출간한 적 있다.

국내에서 단 20권만 출간된 이 시리즈의 원 출처인’Precious Gems’ 시리즈는 미국에서도 단기간 판매로 거의 알려지지 못하다. 1996년 켄싱턴이 유통업체인 월마트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서 탄생한 일종의 월마트 전용 시리즈 로맨스 소설로 월마트 매장(웹사이트 포함)내에서만 구입 가능했다. 경쟁사인 할리퀸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됐지만 구입하기도 불편하고 작가의 수준이나 내용 양측면에서 할리퀸의 벽을 넘지 못해 단기간 내 절판됐다. 현재는 중고본으로도 구하기가 쉽지 않을 만큼 철저하게 잊혀진 비운의 시리즈라 할 만하다.



할리퀸 로맨스 시대




국내 할리퀸은 1986년 12월 뉴스위크 등의 저작권 대행사였던 ‘아이. 피. 에스(이하 IPS)’가 ‘할리퀸 엔터프라이즈(Harlequin Enterprises B.V.)’와의 계약을 통해서 첫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다. ‘할리퀸 로맨스’와 ‘할리퀸 판타지’ 두 가지 브랜드가 서비스 됐으나 할리퀸 본사의 브랜드별로 차별화하는 임프린트 개념과는 상관없이 할리퀸 엔터프라이즈 사가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는 ‘할리퀸/실루엣’ 시리즈 중에서 편집자가 적당히 선별 해 번역 출간하는 방식이었다. ‘할리퀸 로맨스’는 공급처(저작권자)와 출판사가 IPS로 동일했으나 ‘할리퀸 판타지’는 공급처만 IPS로 되어있고 출판사는 ‘도서출판 엘리트’로 분리 돼 있는 일종의 공동 출판 형식을 띄었다.


할리퀸 로맨스(Harlequin Romance 이하 R)와 할리퀸 판타지는(Harlequin Fantasy 이하 F) 1986년 12월부터 1988년 1월까지 매 달 5권씩 총 70권이 출간된 뒤 단종된다. 1호는 각각 할리퀸 프레젠트 시리즈에서 번역한 로즈메리 카터의 《마음의 초상, Pillow portraits, May 1986 Harlequin Presents #880》, 클라우디아 제임슨의 《장미의 미소, Roses, Always Roses, March 1986 Harlequin Presents #867》.

출판사는 두 시리즈를 단종하며 총 베스트 10를 발표했는데 ‘할리퀸 로맨스’에는 당시 최고의 인기 작이었던 엠마 다시(에마 다시/Emma Darcy)의 《환상 속의 해변, December -1985, Harlequin Presents #840》, 바이얼릿 윈스피어의 《족장의 아내, Son Lord's woman - January 1986, Harlequin Presents #854 》, 앤 매서의 《아라비아의 열풍, Sirocco - April 1984, Harlequin Presents #683》, 리 마이클스의 《룸메이트 교수님, Come Next Summer- February, 1986, Harlequin Romance #2748》 등이 올라있었고 ‘할리퀸 판타지’에는 세라 크레이븐(사라 크레이븐/Sara Craven)作 《유니콘의 약속, Promise of the unicorn -February 1986, Harlequin Presents #856》, 로버타 레이(로버타 리/ Roberta Leigh) 作 《말괄량이 아만다, Maid To Measure - February 1987, Harlequin Presents , #954》, 마들렌 케어(Madeleine Ker) 作 《아이스 프린세스, Ice princess - August, 1985, Harlequin Romance #2709》등이 순위를 차지했다.

당시 할리퀸 로맨스와 할리퀸 판타지는 각각 성숙한 사랑과 신선한 사랑을 표방하고 있었지만 두 시리즈 모두 ‘할리퀸 로맨스’와 ‘할리퀸 프레젠트’ 라인을 가리지 않고 둘 중에서 적당한 작품을 골라 번역 출간하는 방식을 택해 실질적으로는 차별성이 없었다.

할리퀸에 대한 권리가 ‘IPS’로 일괄 정리되면서 1988년 2월부터 두 시리즈를 합친 할리퀸 모나리자(Harlequin Mona Lisa, 이하 M)가 서비스된다. 1호는 샌드라 마턴(Sandra Marton)의 《가을 무도회, Out of the Shadows - November 1987, Harlequin Presents, #1027》.

모나리자 서비스는 1988년 11월까지 매달 10권씩 총 98권이 서비스된 됐으며 당시 도서가격은 1000원이었다. 1988년 9월에 IPS에서는 ‘할리퀸 수퍼로맨스’라인을 ‘할리퀸 장편로맨스(Harlequin Superromance 이하 S)’시리즈로 서비스한다. 이것은 할리퀸 본사와 마찬가지로 라인을 분리해서 출판한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매달 2권씩 발행 됐으며 가격은 3,000원으로 책정됐다. 1권은 신시아 파커작 《불타는 인도, Tiger eyes》. 이 시리즈는 "폭발적인 성원과 인기를 누렸다"는 출판사의 선전과는 달리 단 8권만 내고 1988년 12월 단종되는 아픔을 겪는다.

1989년 2월 IPS는 모나리자에 이은 새로운 시리즈 명으로 할리퀸북스(Harlequin Books: 이하 HB)를 택한다. 발생종수는 한 달에 6권이었으며 1번은 수잔 매카시(Susanne McCarthy)의 《모델과 엔지니어, Too much to lose - November 1988, Presents, #1123》. 1989년 12월까지 총 65권 서비스 됐으며 가격 1200원이었다.

1990년 1월 할리퀸 서스펜스(Harlequin Suspense 이하 HS) 시리즈가 출간된다. 로맨스와 추리소설을 결합한 로맨틱 서스펜스 라인인 ‘할리퀸 인트리거(Harlequin Intrigue)’ 시리즈를 출간한 것으로 1호는 재스민 크레스웰(Jasmine Cresswell)작 《과거의 추적, Chase the past, - November 1987 Harlequin Intrigue # 77》. 격월간으로 2권씩 출간 됐으며 가격은 2,000원이었다. ‘할리퀸 서스펜스’ 시리즈는 1년만인 1991년 1월 총 12권을 내고 단종됐다.

1990년 1월부터 ‘할리퀸북스’는 시리얼 넘버에 A, B, C, D 같은 알파벳을 넣어 년도가 바뀌면 자동적으로 알파벳이 차 순대로 변경됐는데 단순 년도 구분 외에는 도입 이유를 알 수 없는 시리즈 표기법이었다.

시리즈명발행연도발행종수출간방식가격
A 시리즈199072권매달 6권씩1,300원
B 시리즈199174권1,500원
C 시리즈199284권매달 7권씩1,700원
D 시리즈1993104권매달 8권씩1,800원
G 시리즈1994106권2,000원
H 시리즈1995120권매달 10권
I 시리즈1996108권할리퀸/실루엣 시리즈별로 5권씩
J 시리즈1997130권할리퀸/실루엣 시리즈별로 6권씩2.500원
K 시리즈1998133권2,600원
L 시리즈1999144권6권씩 5일과 20일에 두 번 출간.
6권중 4권은 할리퀸,2권은 실루엣
2,800원
N 시리즈2000150권
O 시리즈2001152권3,000원
Q 시리즈2002165권4권은 할리퀸 로맨스, 3권은 실루엣 로맨스
총 7권씩 매달 2번 발행
T 시리즈2003168권3,200원
U 시리즈2004162권‘할리퀸 로맨스’만 매달 5일과 20일에
8권과 6권씩 총 14권이 출간
V 시리즈2005139권5,20일에 ‘할리퀸 로맨스’를 7권씩 두 번 발행3,300원
W 시리즈2006130권매달 1일과 20일에 5권씩 발생
/1일에는 7권, 20일에는 5권씩으로 변경
3,500원/3,800원



91년 3월에 ‘할리퀸 서스펜스(이하 BS)’라인 재게 된다. 역시 격월간으로 2권씩 발행됐으며 가격은 500원이 인상 돼 2,500원이었다. 1호는 리아나 카(Leona Karr) 의 《시간 제로 작전, Falcon’s cry, Harlequin Intrigue # 144 》 이었으며 같은 해 11월까지 총 10권이 발행되고 단종된다.
1992년 IPS에서 출판하던 ‘할리퀸 북스’가 분리 돼 ㈜신영미디어로 독립한다.
1994년에 칼라 네거스의 《밤을 지키는 남자, Night watch》을 시작으로 ‘할리퀸 수퍼 로맨스’시리즈가 재게 되는데 이 시리즈는 2002년까지 장수한다. 총 126권이 발간 된 후 종료.

1996년 1월부터 ‘I 시리즈’ 가 시작되면서 ‘할리퀸 로맨스’ 와 ‘실루엣 로맨스’로 분리 돼 발간된다. 이미 이전에도 ‘실루엣 로맨스’ 시리즈가 버젓이 ‘할리퀸북스’ 타이틀을 달고 출간한 적이 있으므로 실루엣 로맨스가 최초로 출간된 사례는 아니지만 두 시리즈를 구분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획기적인 일이었다. 1999년 ‘L시리즈’ 가 시작되면서 6권씩 5일과 20일에 두 번씩 출간 되고 6권 중 4권은 할리퀸 로맨스, 2권은 실루엣 로맨스 식으로 출간 방식에 변화가 온다.2002년 ‘Q시리즈’ 4권은 할리퀸 로맨스, 3권은 실루엣 로맨스 총 7권씩 매달 2번 발행.

2003년부터 단종된 ‘수퍼로맨스’시리즈를 대체하기 위해 ‘미라 클(이하 ME) 시리즈’가 5000원에 출간된다. 초기 4*6배판었던 판형을 문고판으로 줄이고 가격도 4,500원으로 인하했으나 결국 14권만 출간되고 절판된다. 1호는 테스 케리슨(Tess Gerritsen )의 《내 마음을 훔쳐 봐! Thief of hearts, June 1995 Harlequin Intrigue # 328 》

2004년 ‘U 시리즈’ 에서는 ‘할리퀸 로맨스’만 매달 5일과 20일에 8권과 6권씩 총 14권이 출간되는 방식으로 변경된다. 2005년 ‘V 시리즈’ 에서 5,20일에 ‘할리퀸 로맨스’를 7권씩 두 번 발행하는 방식으로 재변경이 이뤄진다.

2005년 ㈜신영미디어에서는 절판된 ‘미라클’ 시리즈 대신 1월부터 매달 2권씩 ‘시크릿 로맨스(Secret Romance 이하 SC)’라는 새로운 시리즈를 선보인다. 가격은 장편 로맨스 가격인 6,500원에 판형은 4*6판으로 출간했다. 당시 ㈜신영미디어에서는 ‘최초의 완역 할리퀸’이라는 타이틀로 대대적인 선전을 했지만 ‘시크릿 로맨스’ 시리즈는 별도의 시리즈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할리퀸’ 시리즈 중 성적 강도가 높은 ‘할리퀸 블레이즈’,’할리퀸 템테이션’ 라인을 완역 출간한 것이다.

여기서 의문점이 생기는데 그렇다면 기존의 ‘할리퀸’ 시리즈에서는 ‘할리퀸 블레이즈’ 라인을 출간한 적이 있는가 하는 문제다. 물론 출간됐다. ‘할리퀸 블레이즈’ 나 ‘할리퀸 템테이션’, ‘실루엣 디자이어’ 등은 상당히 성적인 표현 수위가 높아 국내 출간 시 번역자가 적당히 편역하거나 잘라내는 방식으로 출간 해 왔다. ‘완역’이라는 타이틀 하나만 달고 기존의 ‘할리퀸 로맨스’를 판형만 키워서 출간했던 ‘시크릿 로맨스’는 단 11권만 출간된 뒤 2005년 6월 단종됐다. 이후 ㈜신영미디어에서 ‘시크릿 로맨스’의 보유 번역분만 이북으로 6권 정도 더 출간했다.

㈜신영미디어가 이북으로 갑작스레 방향을 선회하게 된 되는 ‘한국 간행물 윤리위 원회’의 규정이 자리잡고 있다. 국내에서 미국과 동일한 성적인 담아 출간하려면 규정상 ‘청소년유해매체’로 분류 돼 일명 랩핑으로 불리는 비밀 포장한 후 ‘19세 미만 구독불가’ 빨간 딱지를 붙여 판매해야 한다. 그런데 ‘시크릿’ 로맨스 출간초기에 ㈜신영미디어측에서 이를 위반해 경고조치를 받았으며 이후 출판사가 눈물을 머금고 이북으로 선회한 것으로 사료된다.

(주)신영미디어 발행 ?러브 스타일리스트?
2005년 5월 11일 제1심의위원회에서 ‘청소년유해간행물’로 결정하였으나, 6월 15일 동 출판사 발행인이 건전한 가치관을 지닌 성인남녀가 읽을 수 있는 유쾌한 로맨스 소설이라는 재심 청구 사유를 적시, ‘청소년유해간행물’ 결정에 이의를 제기, 재심의를 청구한 것으로, 6월 24일 제5차 소위원회에 상정하여 심의한 결과, 오럴섹스를 비롯한 남녀간 성행위를 선정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청소년에게 성적인 욕구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기각’ 결정하였다. (2005년 간행물 심의연감 발췌)



 2005년 5월에는 ‘할리퀸 진저 블로썸’ 시리즈를 번역한 ‘할리퀸 코믹스(Harlequin comics: HP)’가 서비스된다. ‘할리퀸 진저 불로썸’ 은 미국에서 망가(일본 만화)가 인기를 끌자 일본 만화가를 고용해 페니 조던, 리 마이클스 같은 유명 할리퀸 소설을 만화로 리메이크한 시리즈다. 한 권에 3,500원에 매달 두 권씩 출간되는 형식이었으나 2006년 2월 이후로 더 이상 출간되지 않고 있다.

2006년부터 ‘W시리즈’은 가격과 권수에서 두 번의 변동이 있었다. 3,500원에 매달 1일과 20일에 5권씩 발행되던 할리퀸 시리즈가 7월부터 가격이 3,800원으로 인상되면서 발행종수는 1일에는 7권, 20일에는 5권씩으로 변경됐다. ‘W시리즈’는 130호를 끝으로 단종됐으며 2007년부터는 ‘할리퀸(Harlequin 이하 HQ)’ 으로 시리즈가 개명된다. ‘할리퀸’시리즈는 1일과 20일에 4권씩 총 8권이 출간되며 판형이 커지고 가격도 4,800원으로 인상됐다. 과거 ‘할리퀸 수퍼로맨스’ 시리즈와 ‘할리퀸 로맨스’시리즈를 결합한 모양새다.



위기의 할리퀸?


처음부터 국내 할리퀸은 반쪽짜리에 불과했다. ‘할리퀸’ 시리즈와 ‘실루엣’ 시리즈의 구분도 없었을뿐더러 가장 중요한 임프린트 개념을 무시한 채 편집자가 적당히 선별하는 방식으로 국내에 도입한 것이다.

앞선 시리즈에서 언급했듯 지금의 '할리퀸/실루엣 시리즈'는 할리퀸 엔터프라이즈사(社)와 실루엣이라는 두 개의 각기 다른 출판사를 캐나다의 거대기업인 토르스타가 인수하면서 합병한 것이다. 할리퀸은 영국의 밀&분사(社)가 모태가 됐으므로 작가들 역시 페니 조던, 린 그레이엄등의 영연방 및 유럽 작가들이 주류를 이룬다. 실루엣은 미국에서 시작돼 미국적 색채가 뚜렷하다. 할리퀸 로맨스로 뭉뚱그려 출판하기에는 이 두 시리즈의 개성이 너무 강하다.

할리퀸의 가장 큰 특징인 임프린트 개념을 무시한 것도 뼈아프다. 원래 이들 두 시리즈는 각 하위 라인별로 특성화돼 있어서 라인명만 보고도 그 라인이 지향하는 장르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끔 돼 있다. ‘할리퀸 로맨스’는 ‘전통적인 신데렐라 스토리’, ‘할리퀸 템테이션’ 은 ‘보다 자유로운 소재와 성적인 묘사’,’할리퀸 프레젠트’는 ‘국제적인 대도시를 배경으로 한 화려한 러브 스토리’, 할리퀸 듀엣은 ‘로맨틱 코미디’ 같이 처음부터 소재, 주제, 등장 인물 등을 모두 제한해 해당 장르에 적합한 로맨스 시리즈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괜히 시리즈 로맨스라는 장르가 생겨난 것이 아니다.

㈜신영미디어에서는 ‘할리퀸/실루엣’ 시리즈를 도입한 지 10년만인 1996년에 들어서 겨우 ‘할리퀸’ 시리즈와 ‘실루엣’ 시리즈의 별도 표시에 나서나 그 시점에서 국내 독자들에게 할리퀸과 실루엣은 이름만 다른 뿐 별반 차이가 없는 로맨스 시리즈였다. 이미 십 수년 동안 출판사가 집중적으로 제공했던 ‘할리퀸 프레젠트’와 ‘할리퀸 로맨스’에 입맛이 길들여진 국내 독자들에게는 전통적인 신데렐라 이야기나 강한 심리적 자극을 주는 로맨스 소설만이 로맨스 소설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게 된다.

지금도 인터넷 서점 리뷰에는 제니퍼 크루즈 같은 미국적 색체가 짙은 작가들이 쓴 할리퀸에는 ‘이게 무슨 로맨스 소설이냐’라는 꼬리말이 붙어 있는걸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편식화된 할리퀸 독서 시장 구조는 할리퀸 시장 전체의 축소라는 악순환의 시발점이 된다.

국내에 출간된 ‘할리퀸/실루엣’시리즈는 ‘할리퀸 로맨스’,’할리퀸 프레젠트’,’실루엣 디자이어’,’실루엣 로맨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익을 내야 하는 출판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팔리는 작품을 내고 시장에 비슷비슷한 신데렐라 류의 할리퀸만 난무하니 서서히 고객들이 이탈하기 시작한다. 전통적인 팬 층은 충성 도가 높으므로 자신이 선호하는 할리퀸을 계속해서 구입한다. 시장이 점차 축소되자 출판사는 전통적인 팬층이라도 잡기 위해 그나마 팔리는 할리퀸을 내려고 노력하고 국내 ‘할리퀸’ 출판 시장은 소수의 매니아층에 의해 운영된다. 이탈한 고객층은 ‘할리퀸이 진부하다’는 인식을 퍼뜨려 ‘할리퀸의 시장은 점점 협소해지고 할리퀸으로 대변되는 번역 로맨스는 모두 똑같다는 생각이 번져 번역 로맨스 시장 전체로 악순환이 번진다. 아이러니한 것은 판박이 할리퀸을 읽고 자라난 독자들이 이제는 작가로 돌아와 자신이 읽었던 할리퀸과 똑같은 패턴의 소설만 양산해 국내 로맨스 소설시장까지 천별일률적으로 변화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성 문학 출판 그룹으로 우뚝 선 할리퀸 엔터프라이즈 사의 저력은 여성들의 다양한 취향 인정에 있다. 신델레라 스토리부터 에로 소설, 칙릿을 모두 출판하는 곳이 할리퀸 엔터프라이즈사(社)다. 요즘 마케팅의 화두는 단연 20%의 핵심 고객으로부터 80%의 매출이 나온다는 파레토 법칙을 무너뜨린 롱테일 법칙이다. 이는 1년에 단 몇 권밖에 팔리지 않는 ‘흥행성 없는 책’들의 판매량을 모두 합하면, 놀랍게도 ‘잘 팔리는 책’의 매상을 추월한다는 온라인 판매의 특성을 이르는 말로 구입이 손쉬운 온라인 판매에서는 다양한 백 리스트(출간 목록)을 보유한 출판사가 강자가 떠오를 것은 자명한 일이다. 만약 출판사가 좀 더 다양한 번역 로맨스 장르를 들여왔더라면 이처럼 할리퀸 로맨스 시장이 나아가 번역 로맨스 소설 전체가 초토화됐을까 하는 안타까움 마저 드는 대목이다.


번역도 문제다. 동일한 작가의 제각각이었던 작가명이나 직역 수준이던 부실한 번역은 전문 로맨스 번역가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거의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과거부터 관행이었던 편역이 아직까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은 대단히 유감스럽다. 할리퀸의 편역이 이뤄지는 이유는 국내정서고려 및 심의, 분량 때문이다.

국내정서상 성기(性器) 명칭 등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은 거부감을 일으키기 때문에 적당히 순화하는 과정을 거치고 구체적인 성애 장면이 총 10페이지정도 있다면 이를 3~4페이지 정도로 축소하는 방식으로 편역이 이뤄진다. 앞서 언급했듯 할리퀸을 완역 출간할 경우(특히 성적 수위가 높은 블레이즈나 템테이션,디자이어) 출판물간행윤리회 심의규정을 위반하게 되므로(빨간 딱지와 랩핑을 해서 출판하라는 건 사실상 출간을 포기하란 것과 같다.) 이것에 대해서는 일방적으로 출판사를 매도할 수 는 없다.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지나치게 경직돼 있는 심의규정에 화살을 돌려야 할 문제다.(여담이지만,국내에서 공포 소설을 출간할 경우라해도 사지절단이나 피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가 포함되면 예의 빨간 딱지를 붙여야 한다.)

하지만 분량 때문에 내용을 잘라내는 것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원래 할리퀸은 분량에 대해서 대단히 엄한 규정을 적용해 각 라인별로 단어수가 정해져 있다. 국내에서 출간되는 할리퀸 로맨스는 단어수가 천차만별인 할리퀸/실루엣 시리즈를 가져다 번역하는 것인데 신기하게도 페이지 수가 190페이지(오차 범위 ±10 페이지)다. 해외원서를 국내에서 번역출간할 경우 한글자간을 고려하면 원래 페이지 분량보다 많아지는게 당연한데도 원서가 250페이지분량이든 200페이지든 상관없이 출간본은 190페이지가 나온다는 것이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 이에 대해 한 번역가는 "분량을 맞추려다 보니 그렇게 하기도 해요.그냥 뭉텅뭉텅 잘라내면 말이 안되니까 적당히 중간중간 들어내죠." 라고 말했다. 실제로 번역 과정에서 분량을 맞추기 위한 삭제가 이뤄지고있음을 알 수 있다. 국내 할리퀸의 진정한 완역은 성적인 내용을 포함시키려고 애쓸것이 아니라 페이지수를 마추려고 무단으로 내용을 들어내는 편역을 하지 않는데서부터 시작해야한다.

할리퀸의 부활을 꿈꾸다

할리퀸과 번역 로맨스와는 불가분의 관계다. 로맨스 소설이라는 신흥문물을 들여와 국내 번역 로맨스 소설 시장을 주도했으며 할리퀸의 부흥과 번역 로맨스 시장의 부흥은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다. 할리퀸이 쇠퇴하기 시작하자 번역 로맨스 시장 역시 쇠퇴했으며 대다수의 출판사들이 번역 로맨스를 포기한 상황에서 국내 번역 로맨스의 명맥은 겨우 잇고 있는 것도 할리퀸이다. 단도직입적으로 할리퀸은 과거의 화려한 모습은 간데없이 아는 사람만 아는 매니아층이 찾는 도서가 됐을까? 앞서 언급했든 악순환 외에도 과거 할리퀸을 읽고 자란 작가들이 할리퀸과 똑같은 글을 쓰고 있다. 할리퀸의 질이 특출하지 않는 이상 정서적으로 거리감이 없는 국내 로맨스 소설 쪽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번역 로맨스 소설이 위축될 동안 상대적으로 칙릿 소설은 대단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칙릿이 그토록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국내에는 없는 신문물이기 때문이다. 할리퀸의 도입시기에 '국내에는 없는' 이라는 장점을 내세워 시장을 잠식했던 것과 똑같은 과정을 칙릿이 밞고 있다. 과거의 고정 독자였던 20~30대 여성은 할리퀸을 읽지 않고 미래 독자인 10대는 아예 할리퀸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 과거처럼 할리퀸을 돌려보던자리에는 야오이 같은 보이러브물이나 인터넷 소설이 자리를 잡고 있다. 할리퀸만의 차별화된 그 무엇이 없으면 할리퀸은 영영 추억속 상품이 돼 버릴지도 모른다. 혹자들은 한국에서 할리퀸이 소멸하는 것이 뭐 그렇게 중요하냐고 물을지 모른다. 할리퀸은 번역 로맨스 소설의 교두보이며 로맨스 소설의 다양성을 유지시킨다. 할리퀸만큼 다양한 연애 패턴이 등장하는 로맨스 시리즈를 본 적 있는가? 그 어느 로맨스 작가도 할리퀸에 정신적 빚을 지지 않았다고 쉽게 말 할 수 없다.

지금 주요 독자층이자 작가들로 활동하고 있는 80~90년대 독자에게 할리퀸은 입문도서였다. 짧은 분령의 할리퀸을 읽다가 자연스럽게 장편 번역서로 넘어갔고 번역 로맨스 소설 시장도 활성화 됐다. 이들이 자라서 현재의 작가들이 된 것이다. (이 과정은 외국작가들도 마찬가지다. 할리퀸 독자에서 할리퀸 작가로 싱글 타이틀 로맨스로 성장 과정을 거친다.)

외부와의 경쟁 없는 독주체재는 하향평준화를 불러오게 되어 있고 나아가서는 시장의 공멸을 부른다. 국내 음반시장을 보면 이는 확연히 드러난다.더 이상 라디오에서 팝음악이 흘러나오지 않게 되면서 지금의 10~20대는 팝음악과 단절됐고 듣는 귀가 급속하게 하향평준화되면서 십대아이돌 댄스그룹 음악만이 득세하는 세상이 왔다. 지금이야 한국로맨스가 득세하고 있지만, 독주에 가깝게 잘 나가던 한국영화시장도 한국음반시장도 똑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무너졌다.

2006년 미국 할리퀸엔터프라이즈사는 하위 라인을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할리퀸/실루엣 시리즈의 대표적인 하위 라인인 할리퀸 로맨스와 실루엣 로맨스 라인을 할리퀸 로맨스 라인으로 통합하고 그동안 지적돼 왔던 보수적인 색채(일명 신데렐라 이야기)를 말끔히 걷어내기 위해서 노력중이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로맨스 라인을 확장했으며 크리스찬 로맨스 라인인 스테이플을 새롭게 단장했다. 위민스 픽션 라인인 할리퀸 넥스트, 한 남녀의 평생동안의 연애사를 다루는 할리퀸 에버래스팅러브,패러노말 로맨스 라인인 실루엣 녹턴등을 신설했고 로맨틱 코미디 라인을 모두 단종 시키고 칙릿인 레드잉크드레스로 합쳤다. 미국내 남미인구의 비중이 느는 것을 고려해 할리퀸을 스페인어로 재출간한 할리퀸 자스민등의 라인까지 만들었다. 전통을 고수하며 새로운 독자층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무한히 노력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2007년 국내에서 새로운 할리퀸 시리즈가 출간됐다. 판형도 문고판에서 4*6배판으로 커지고 표지 디자인도 향상됐다. 종이질을 말할 것도 없다. 물론 이 와중에 가격도 4,800원으로 올랐다.(할리퀸 아마존 판매 가격이 4달러 50센트이므로 가격은 현실화 됐다고 판단된다.더우기 원조 할리퀸은 페이퍼백 아닌가!) 하지만 화려해진 외형에 비해 얄맹이는 여전하다.샬로트 램,재클린 베어드,린 그레이엄,미셀 레이드,줄리아 제임스등 20년동안 줄기차게 음모와 배신,신레델라 스토리만을 써오던 그 작가들이다. 이런 내용은 국내에도 넘쳐난다. 설마 책이 소장할 만큼 고급스럽지 않아 외면당했다고 생각하는가? 국내에 출간된 칙릿이 예뻐서 잘 팔린다고 생각하는가? 할리퀸 부활의 해답은 결국 출판사의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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