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로맨스의 배경 5. 런던 시즌

by 삼월토끼 posted Oct 03,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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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래

영국 상류 계층이 자신들의 영지를 떠나 런던의 랜스돈,그로브너,데본셔,캐도간 같은 이름이 붙은 메이 페어가의 고급 주택 지구나 대 저택에 머무는 시기로 시즌은 영국의 지방 귀족들이 의회에 참여하기 위해 가족을 데리고 런던에 머물면서 생겼났다는 것이 통설이지만, 시즌이 명확히 날짜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상류 계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행사 일정이 의회 회기에 맞춰져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확실한 것은 아니다. - 1886년 하퍼스 매거진(Harpers Magazine) 5월호에 따르면「시즌은 의회에 좌우되고 의회는 스포츠에 좌우된다」라고 언급돼 있다.

시즌의 일정은 부할절- 빠르면 1월 - 이후부터 8월말까지였으나 꿩 사냥철이 시작되는 8월 12일에는 북쪽으로 떠나야했기 때문에 이 날까지를 공식 일정으로 간주했다.

시즌의 절정인 5월부터 7월 사이에는 3대 주요 행사인 더비, 애스콧, 영국 왕립 미술원(Royal Academy of Arts) 연례 전시회가 개최되었다. 5월과 6월 사이에 개최되는 더비는 대중적인 경마 대회로 이 날 레이스를 보기 위해 의회는 휴정했고 국왕도 참석했으며 일반인도 관람 할 수 있었다. 더비 최초의 레이스는 1780년 5월 런던에서 14마일 떨어진 엡섬 다운스에서 열렸다.

더비에 비해 강한 배타성을 자랑하는 애스콧은 상류층에게만 문호가 개방됐다. - 흔히들 애스콧 없는 런던 시즌은 - 런던 교외 30마일 떨어진곳에서 열린 애스콧은 윈저숲을 가로질러 벅스와 미들섹스의 평원에 이를때 그 절정에 다다랐다.특히 애스콧은 데뷔탄트[사교계에 첫 데뷔하는 레이디]들이 미모를 뽐낼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경기와 상관없이 새로 장만한 옷을 자랑하기 위해 애스콧에 참가하는상류층 여성들도 부지기수였고 애스콧에서 보여진 새로운 유행은 가까운 시일에 먼 지방까지 발빠르게 퍼져 나갔다.

1768년에 창설된 영국 왕립 미술원의 연례 전시회는 전시회의 인기도 대단했지만, 무엇보다도 다음에 올 중요 행사의 지표가 된다는데 의의가 있었다. 이 행사 뒤로 갈라 콘서트,여왕(또는 왕)의 알현식,왕궁 무도회같은 행사가 이어져 본격적인 사교 시즌의 서막을 올렸다.


일과

보통 18세가 된 데뷔탄트의 하루는 하이드 파크의 로튼 로우나 레이디스 마일에서의 승마로 시작됐다. 하이드 파크의 승마족은 일상적인 광경이었으나 런던 시즌의 아침 10시부터 오후 2시사이에는 젊은 신사를 막아줄 샤프롱인 아버지를 동행하고 승마를 즐기는 잘 차려입은 유한 계급의 레이디들이 새로운 승마족으로 부상했다. 승마를 마친 뒤에는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일상적인 아침 식사를 했는데 특별한 경우에는 손님이 초대되는 정식 사교 모임으로 변형되기도 했다.

아침 식사의 메뉴는 스크럼블 에그, 소세지, 얇게 자른 토마토, 훈제 청어에 차나 커피가 곁들어졌다. 레이디들은 아침 식사 후의 남은 여유 시간을 청구서 지불같은 집안 잡무 처리, 편지 쓰기, 리젠트가나 본드가의 고급 상점가에서 쇼핑하기, 친한 친구 방문 - 절친한 사이가 아닌 단순히 아는 사람을 정오 이전에 방문하는 것은 대단히 예의에 어긋났다.- 같은 소일 거리를 하면서 보냈다.

잘 차려진 오찬 뒤에 레이디들은 크리켓 경기, 공원에서의 산책, 과학 강연, 환영회, 연극 관람, 폴로 경기 관람, 가든 파티, 가정 음악회, 궁술, 잔디위에서는 하는 테니스와 볼링, 피크닉같은 다양한 오후 사교 활동에 참여했다. 또한 정오부터 오후 차 모임시간 이전까지는 사교계 일원간의 활발한 방문이 이뤄졌는데 방문 시간은 보통 10~20분정도로 최대 30분을 넘지 않야 했으며 새로운 방문객이 오면 이전 방문객은 돌아가는 것이 관례였다.

사교 활동을 즐기던 레이디들은 오후 5시가 가까워 지면 오후 차 모임[Afternoon Tea]에 참여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왔다. 오후 차 모임에서는 손가락 샌드위치[다양한 재료로 속이 채워진 작은 샌드위치], 빵, 버터, 스콘, 잼, 젤리, 꿀, 디저트, 차가 제공됐는데 보통은 가족들과 함께하는 조촐한 차 모임이었으나 특별한 경우에는 유명 성악가를 초대해 정식 사교 모임으로 탈바꿈하기도 했다.

오후 차 모임은 결혼한 남성이나 여성이 자신들의 비밀 연인을 만나는 호기로 이용되기도 했는데 정부의 집 밖에서 마차를 세운채 기다리는 알버트 황태자의 모습이 종종 보여졌다. 오후 차 모임은 곧 있을 만찬의 준비를 위해서 대개 7시경에 끝이 났다.

 
만찬은 정식 사교 모임으로 초대 받은 손님들이 집사, 하인, 급사의 접대를 받았다. 레이디들은 튈[얇은 그물 모양의 비단]과 레이스, 자수, 프릴등으로 장식된 네크라인이 깊게 파인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정교한 헤어 스타일에는 보석을 장식했다.


만참 모임 후에는 연극 관람, 오페라, 각종 소문이 오가는 야회(夜會), 무도회가 열렸다. 런던 시즌의 꽃인 무도회는 레이디들이 자신의 매력을 가장 크게 발휘할 수 있는 자리로 밤 10시부터 12시사이에 열렸으며 다음날 새벽 세시까지 이어졌다. 첫 번째 시즌을 맞는 생기 넘치는 레이디들은 아침 10시부터 새벽 세시까지 50번의 무도회, 60번의 파티, 30번의 만찬, 25번 정도의 아침 식사에 초대 받았다.


데뷔탄트

사교계에 첫 데뷔하는 레이디에게 가장 중요한 행사는 왕궁의 알현식 참가였다. 이 행사는 엄격한 규칙과 에티켓으로 무장돼 있어 레이디들은 한 순간의 알현을 위해 장기간 준비를 했다.

유명 디자이너에게 가운을 맞추고 슬리퍼, 부채, 보석, 장식용 깃털같은 악세사리를 준비하고 예법 수련을 받았다. 가운의 긴 트레인[여성들의 정장 드레스 뒤에 꼬리처럼 길게 끌리는 부분]은 엉키기 쉬웠으므로 이에 익숙해지기 위하여 식탁보를 가지고 예행 연습을 했으며 동시에 여왕의 손에 입맞춤하는 연습도 병행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절이었다. 왕궁에서 여왕에게 올리는 절은 무릎이 거의 바닥에 닿을 때까지 굽혀져야 했고 상당 시간 동안 그 낮은 자세를 유지 해야 했다. 또한 균형을 잃거나 앞으로 고꾸라 지거나 가운에 걸려 비틀거리면 안됐으며 여왕으로부터 나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으면 우아한 자세로 뒷걸음쳐 방을 빠져 나갔다.(왕족에게 등을 보인다는 것은 예의 범절에 있어 가장 큰 결례로 취급됐다.)

 
알현식에 참여 할 수 있는 지위는 제한적으로 성직자, 육군이나 해군 장교, 의사, 법정 변호사, 은행가의 아내와 딸은 알현식에 참여할 수 있었으나 일반 개업의와 사무 변호사, 장사꾼, 상인의 아내와 딸은 제외됐다. 이혼녀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알현에 참여할 수 없었는데 빅토리아 여왕은 이혼으로 여성이 받는 불이익이 너무 가혹하다 하여 1889년 차별 금지를 포고했다.

빅토리아 시대에는 알현시 복장 규정도 있어 데뷔탄트는 트레인이 길게 늘어진 가운을 입고 베일이 달린 튈[Tulle] 머리장식을 착용했다. 결혼하지 않은 여성은 드레스의 색으로 하얀색을 선택했고 결혼한 여성들은 더 많은 선택 범위가 있었지만, 대개는 흰색이나 차분한 색조의 의상을 선택했다.

당시에는 여성들이 자신의 웨딩 드레스를 알현용 드레스로 수선하는 것이 드물지 않아 웨딩 드레스의 보디스[정장의 몸통 부분]를 결혼 예식용과 알현용 두가지로 만드는 것도 빈번한 일이었다. 상중인 레이디들은 검은색 베일과 드레스만이 허용됐다.

 
이 특별한 날의 날씨와 관계 없이 참가하는 레이디들은 망토, 케이프(후드가 달린 망토), 숄, 몸을 따뜻하게 해줄 방한용 겉옷은 금지됐다. 어머니와 함께 알현에 참가하는 데뷔탄트들은 그들의 순서가 올때까지 세인트 제임스궁 밖 마차안에서 대기했다. 궁안에 들어갔다고 여왕을 바로 알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이름이 호명될때까지 - 아버지의 직위순번 - 세인트 제임스궁의 한기가 감도는 갤러리에서 기다렸다.

 
마침내 해당 레이디가 방안으로 이끌려 들어가면 이름 카드가 내관에게 전해지고 대기중인 신사가 그녀의 트레인을 펴주는 동안 이름이 소개됐다. 레이디들은 자신의 발이 꼬이거나 그녀가 절을 하는 동안 머리 장식 깃털이 제자리에 있어주길 간절히 기도했다. 무릎을 바닥에 닿을때까지 구부린채 여왕의 손에 입을 맞춘 후에는 왕족에게 차례차레 한쪽 무릎을 굽혀 인사를 했으며 마지막에는 여왕을 향해서 간략한 절을 올렸다.

 

모든 인사를 마친 레이디는 긴 트레인을 당겨 가능하한 우아하게 자신의 팔에 걸쳤는데 레이디의 편의를 위해서 종종 대기중이던 귀족이 트레인을 모아 팔에 걸쳐 주었다. 뒷걸음쳐 나오는 레이디들을 길 안내를 위해 배치돼 있는 하인의 도움을 받아 방을 빠져 나왔다.

알현식을 무사히 마친 레이디에게는 상류 사회와 결혼 시장의 문이 활짝 열렸다. 알현식외의 다른 경로를 통해서 사교계에 데뷔하는 레이디도 상당수였는데 그 방법 중 하나는 황태자의 지원을 받는 레이디는 알현식을 거치지 않고 자동적으로 사교계에 진출할 수 있다는 편법을 이용하는 것으로 무수한 레이디들이 황태자가 참석하는 행사의 초청장을 위조했다.

 
각 종 즐거움을 주는 행사에도 불구하고 시즌의 진정한 목적은 좋은 배경을 가진 레이디들이 비슷한 배경을 가진 신사들을 만나 결혼하는 것이었다. 레이디들이 가는 곳은 어느 곳이나 샤프롱이 동행하는 것이 예의었으므로 결혼 적령기의 남녀가 사적인 이야기를 주고 받거나 서로를 알 기회는 거의 없었다.

사랑보다는 가족의 염원이나 돈, 신분에 등을 떠밀려 결혼을 하게 된 부부의 결혼 생활에 진정한 행복은 없었지만 대신 안락함과 편안함이 그 자리를 메웠고 사회적 통념상 결혼은 필수 과정이었다. 서로가 남몰래 짝사랑하는 상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안의 압력에 떠밀려 결혼하게 되는 런던 시즌 커플에게는 불행한 결혼생활, 별거와 이혼이 차례로 이어졌으며 서로의 불륜 관계를 묵인하며 명목상의 결혼 생활을 유지해 나가는 부부도 상당수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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