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만두 다섯개》 이지환 작가
“창조하는 인물들의 마음을 영혼으로 이해하고 연민하고 동화되어 쓰고 싶다”

《화홍》,《아사벼리》등의 대형 역사 로맨스나 《이혼의 조건》등의 격정 로맨스로 유명한 이지환 작가가 신작 《김치 만두 다섯개》 내놓았다.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종가 화안당을 무대로 한 색다른 로맨스 《김치 만두 다섯개》에 대해 이지환 작가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시도했다.

종가의 삶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실제로 종부거나 종가 집 관련이 있나? 아니라면 어떻게 사전 조사 작업이 이뤄졌나?


이지환(이하 이) 친정집이 종가는 아니나 장남 집안이어서 일년에 십여 차례 제사를 지내며 살았다. 그래서인지 종갓집이나 종부들의 삶에 대해 평소에도 관심이 많다.《화홍》이라는 작품을 준비하면서 여러 가지 자료를 찾을 때, 아직도 옛날의 전통이 남아있는 종갓집 관련 책이나 기사들을 주로 읽었던 것이 이번 작품의 배경을 만드는데 커다란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민속촌의 대갓집. 경주 최부자집. 강릉의 선교장 등 종갓집을 직접 답사하기도 했다. 화안당을 묘사할 때 참고한 집은 강릉의 선교장, 외암마을 이참판 댁 가문의 종택,부석사의 가람 위치등이다.

김치 만두처럼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음식이 있는가?

이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음식은 김치만두가 아니라 여름에 빚어 먹는 호박 만두다. 친정이 남도 지방이라서 만두를 먹지 않는데, 시댁 고향이 이북쪽이라 만두를 정말 좋아한다. 결혼한 뒤 형님과 시어머님이 호박만두를 빗어주신 적 있는데 그 담백하고 감칠맛 나는 맛에 반했다. 사람들이 이래서 만두를 먹는가 보다 했다. (웃음)

또 하나는 생멸치를 맵게 조림해서는 상추쌈 싸먹는 것.
어렸을 때 아주 맛있게 먹었던 음식인데, 아기를 가졌을 때 너무 먹고 싶었다. 그 때 만 해도 생존해 계시던 친정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더니 항공 승무원으로 진주로 취항하여 다니던 막내 여동생이 어머니가 만든 《생 멸치 조림》을 냄비째 비행기로 싣고 와서는 김포공항에서 남편이 받아다가, 차로 집에까지 공수해서 먹은 적이 있다.그 두 해 후, 친정어머니께서 돌아가셔서 다시는 맛볼 수 없는 그리운 음식이 되었다.

작가 프로필마다 빠지지 않고 다시마를 싫어한다는 이야길 읽었다. 다시마 말고 싫어하는 음식은?


이 기름에 튀기고 소금 잔뜩 뿌린 정크 푸드들 전부 다. 그리고 내 적들이 좋아한다고 언급한 모든 음식들, 다 싫다! 먹어서 없애주마.

극중 수하처럼 요리에 능숙한가? 제일 잘 하는 요리는?


이 능숙하지는 못하나 주부이니 열심히 하려는 편이다. 제일 잘하는 요리는 해물 넣은 부추전과 닭볶음. 갈비찜 이 정도? 민망하다.

수하를 비롯하여 작가가 창조 해 내는 여성 캐릭터들은 모두 사회의 때가 전혀 묻지 않은 순수함과 강직함을 지니고 있다. 특별히 여성에게 이런 캐릭터성을 부여하는 이유가 있는가?


이 한번도 생각하지 못한 면이다. 여주인공들이 사회의 때가 전혀 묻지 않은 순수함과 강직함을 지니고 있다면 그것은 무의식적으로 생각하는 이상적인 여성상이 그런 것은 아닐까 한다.

덧붙여 솔직하게 말하자면, 사회의 온갖 때가 묻고 산전수전 다 겪은 인물의 인간성을 묘사하고 창조해나가기엔 아직 역할이 부족한 것 같다.

스스로가 인생의 여러 맛을 알고 맛보고 경험한 다음, 그러한 인물들의 심층을 이해하고 보편성을 창조해야 하는데, 아직은 그러한 깊이가 부족하다. 만약 그러한 인물들의 심층을 이해하지 못하는데 묘사한다면 그것은 거짓일 테고, 머리로만 이해한 것들을 글로 써 내려간다면 그건 피상적인 수박 겉핥기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한 삶을 실제로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모독일 테고.

아프고 추하고 힘들고 슬프고 가슴 아픈 인물들의 삶을 단지 글의 강렬한 인상이나 소재의 색다름에 이용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창조하는 인물들의 마음을 영혼으로 이해하고 연민하고 동화되어 쓰고 싶다. 좀 더 인생에 대한 깊은 공부를 하고 좀 더 다면적이고 다층적인 인간상에 대한 이해가 생긴다면 그러한 인물들을 반드시 다루고 싶다.

전 2권 중에 1권을 수하의 세상 적응기,가족간의 갈등, 사회에서 배반 당하는 경험등에 할애하고 있다. 모두가 수하가 제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의 일부이지만 본격적인 이야기가 들어가기 앞서 좀 지루한 감이 있는데?


이 글쎄 지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웃음)
글이 책으로 나온 이상, 어떤 느낌이나 감상이든 읽으시는 분들의 몫이라고 한다.
단 지금 질문이 주어진 이상 글을 쓴 이로서 변명을 하자면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소설을 쓸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전체적인 스토리의 균형과 흐름이다. 김치만두의 구성상, 1권이 지루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2권이 너무 급히 끝난다.

김치만두는 솔직히 처음부터 남자와 여자의 만남과 사랑에 전부 할애하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이수하의 성장기,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화안당이라는 공간과 그 곳에 사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을 뿐이다. 1권은 조근조근 길을 제대로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불꽃 튀는 남녀간의 열정을 기대하신 분들은, 좀 지루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가지, 황도규가 수하에게 첫눈에 반하여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는 암시는 1권 내내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하가 둔해서 도규에게 반응이 느려 그런 느낌이 든 것이 아닐까?

최근 연예인이 대부업 광고에 출연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도규의 직업이 대부업자인데 특별히 남자의 직업을 설정한 이유가 있는가?그리고 대부업자인 도규가 소설 속에서 매우 정의롭게 묘사된다. 조폭 판타지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이 절대로 그렇지 않다 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싶으나 그렇게 읽었다면 할 수 없다(웃음) 이자 68%가 결정적인 증거인가?

일단 남주인공 황도규의 직업이 금융 컨설팅(소위 말해 사채업자)로 설정된 것은 소설적 장치의 개연성 때문이었다. 머슴출신으로 소 몰고 도망친 황민복씨가 떼돈을 벌어 재벌이 될 수 있는 가장 실현 가능한 길을 짚다 보니 우리나라 사업가들의 과거 행적상, 사채업은 당연한 결과이다. 또한 현재 대 재벌이 되었다 해도 현금 자산이나 자금유통과 관련하여 분명 백두 그룹은 반드시 금융회사나 보험회사 혹은 은행 중 하나를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가공의 《SH 금융》이 만들어진 것이다.

《SH 금융》은 단순한 대부회사가 아니다. 재계 1, 2위로 암시되는 현재의 백두 그룹 규모로 생각할 때 기업이나 국가를 상대로 하는 대규모의 종합금융회사로 설정됨이 당연하다. 그러한 암시로서, 그들이 해안가로 놀러갔 을 때 황도규가 TV의 뉴스를 보면서 회사로 돌아가는 장면이 나온다. 《대기업 간 인수 합병이 결렬되고 어쩌고 저쩌고…….》 《러시아로 출장을 간다》 등을 부분참고. 단순한 대부업자로 보기에는 미심쩍지 않은가?

다음 준비하는 작품은?

이 로투스 시리즈 2부인 《아바타르(화신)》가 조만간 출간될 예정이다. 구업(口業)과 윤회를 주제로 하는 두 번의 환생 이야기인 《돌꽃 가락지》. 구지레하고 쓸쓸한 20대 후반을 맞이하는 분식집 딸내미 이야기 《엄마친구의 아들》. 그리고 운향각 이야기 3편인 《진주난봉가》를 준비 중이다.

《아사벼리》《이연》등 요즘 들어 출간하는 작품수가 많다. 개인적으로 다작을 하고 있다고 생각 지 않은가? 다작을 하는데 있어서 힘든 점은?


이 음, 다작인가? 일단 ‘대중소설’을 쓰는 작가로서 기본적으로 2~3달에 한 작품씩은 출간해야 하는 것이 의무가 아닌가 생각한다.

대중작가는 독자들에게 잊히면 끝장이다. 또한 작품 활동으로 돈을 벌고 그것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먹고 살 만큼 벌어야 한다. 그 정도로 쓰지 못하면 대중소설 작가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다작으로 인한 작품의 질 저하나,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이 아닐까를 고민해야겠지만. 다작 자체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본다. 오히려 다작이면서, 질이 충실해질 수 있다면 환상이다. 개인적으로 바라는 목표이기도 하다.

다만 다작은 심각한 스트레스와 체력저하를 수반한다. 건강 관리를 제대로만 할 수 있다면 나쁘지 않다. 나 같은 경우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고 있는 입장이므로 늘 시간에 쫓겨 살고 있다. 또한 가사일과 가족들에게 소홀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것이 요즘 가장 큰 고민이고 솔직히 무척 힘들다.

하지만 쓰고 싶은 작품이 너무 많고 - 시놉시스만 30여 개가 남아 있다 - 초고가 완성되었거나 진행중인 작품만 해도 10여 작품이나 된다.

습작만 20년 동안 해왔다. 그 작품을 다 세상에 보이고 싶고 다 쓰고 싶다. 빨리 출간하고 싶다. 고민할 여유가 없다.

내 인생의 걸작 로맨스 다섯편을 꼽는다면?




1. 쥬디스 크란츠의 《데이지 공주》 - 최초로 읽은 로맨스! 굉장한 작품
2. 쥬디스 맥노트의 《내 사랑 휘트니》 - 발랄의 극치
3. 민해연의 《가스라기》 - 내용도 그러하나, 사실은 제목에 감동했다는.
4. 연두의 《반려》 - 로맨스도 이렇게 쓸 수 있구나
5. 원정미의 《주작의 제국》 - 국내 로맨스를 읽게 만든 계기가 된 작품.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이 ‘친구는 나의 장점을 사랑하는 사람이고, 적은 나의 단점을 미워하는 사람이다’ 라는 말이 있다. 독자들에 대한 인사를 이 말로 대신하고 싶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지환을 사랑해주시는 독자님들. 여러분들의 격려와 칭찬을 먹고 제가 이만큼 왔습니다. 사랑해주시기에 힘을 얻고 격려해주시기에 글을 씁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를 싫어하시고 꺼려하시는 독자님들.
독 자님들의 비판과 비난과 조언과 꾸지람이 저를 자꾸 성장시키고 있습니다. 잘 보지 못하는 저의 단점과 모자람을 알게 해주십니다. 그래서 더 독하게 글을 쓰게 만드십니다. 찬물을 머리에 끼얹은 듯한 깨우침을 주어 한 자리에 머물지 않게 만드십니다.

감히 서정주님의 싯구를 빌어 표현한다면,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여러분의 질타였습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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