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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섹스 앤드 더 시티


가끔 ‘우리는 얼마 전까지 이걸 상상이나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무덥던 한여름에만 해도 몇 달 뒤에 벌어질 일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 남자들에게는 악몽이며 여자들에게는 백일몽인 이 영화 ‘섹스 앤드 더 시티’는 한참 뉴욕 경기가 잘 나가던 아니 잘 나가던 척하고 있던 2008년 5월 미국 현지에 개봉했다.

1996년 7월 첫 시즌을 시작해 2004년 2월 6시즌을 끝을 맺은 이 역사적인 시리즈의 영화 버전 제작 소식은 시리즈 초기부터 할리우드의 단골 뉴스였으나 배우들이 참여 비중을 놓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탓에 2008년에 들어서야 세상에 나오게 됐다. 되돌아보면 ‘섹스 앤드 더 시티’가 방송됐던 시기야말로 미국 경제의 향긋한 거품을 들이마시고 있었던 시절이었다. 영화 개봉은 마지막 한 모금이고.

각설하고 내용으로 들어가면 TV시리즈의 연장 선상이다. 캐리(사라 제시카 파커 분), 사만다(킴 캐트럴 분), 미란다(신시아 닉슨 분), 샬럿(크리스틴 요크 분)을 비롯해 캐리의 오랜 연인 미스터 빅(크리스 노스 분) , 미란다의 남편 스티브, 사만다의 연하남 애인 스미스, 샬럿의 남편인 이혼전문변호사 해리등도 모두 건재하다.

개봉 첫 주에 제작비 대부분을 회수하고 로맨틱 코미디 최고의 개봉 주말 수익을 일궈냈는데 이는 이 영화의 질이 특별히 뛰어나기보다는 이미 팬덤 - 촬영장 투어를 하고 여주인공의 패션을 모방하고 그녀들이 먹고 마시는 걸 똑같이 소비하면서 느끼는 동질감 - 을 이룬 ‘섹스 앤드 더 시티’의 명성을 확인시켜 준 것뿐이다.

시리즈의 모태가 되는 칙릿이나 로맨스의 기반은 모두 동화다. 평범한 여성이 일상 속에서 실수하면서 깨달음을 얻고 성장해 왕자와 결혼하는 멋진 이야기의 최신판이 바로 이 시리즈다. ‘섹스 앤드 더 시티’의 그녀들은 6시즌을 통해서 끝내주는 해피엔딩을 찾았다. 이미 시련을 격을 만큼 겪었고 제 짝도 만났다. 그래서 잘 사는 줄 알았더니 그게 끝이 아니다며 그녀들을 스크린 앞으로 불러모으는 것부터 무리수다.
 
오랜 연인과의 재회라는 끝내주는 끝을 맞은 쿨한 캐리는 영화 때문에 결혼에 목맨 못된 여자가 된다. 캐리는 우연히 참가한 경매장에서 물품을 내놓은 이의 속사정(재벌남의 오랜 연인이었지만, 남자가 호의를 거두자, 이제는 선물 받은 보석을 팔아 생활해야 하는 처지) 을 듣고 위기의식을 느낀다. 지금이야 재벌남 빅의 연인으로 펜트하우스에 거주하지만, 만약 빅이 변심한다면 당장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니 안전장치 조로 빅에게 결혼을 요구한다.

영화는 40대 독신녀도 얼마든지 부자 남편을 꿰찰 수 있다는데 초점을 맞춰 근사한 결혼식 준비에 돌입한다. 일단의 결혼 관련 칙릿물이 그러했듯 영화가 쓰는 건 양동전략이다. 극장의 여성 관객이 바라는 물질적 욕망을 대리 만족시켜주느라 캐리는 뉴욕 최고의 호사스러운 결혼식을 마음껏 준비한다. 그리고 현실의 여성들을 위해서 친구와 가족이 함께하는 결혼식이면 장소든 입은 옷이든 상관없다는 메시지를 주며 소박한 결혼식을 한 번 더 올린다.

캐리는 자신이 결혼식 외형에 취해 빅을 전혀 배려하지 않았음을 깨닫고 나름의 성장까지 한다. 거기다 빅은 결혼식을 거부했다는 원죄 탓에 평생 단 한 번도 여자에게 쓰지 않던 편지를 써가는 굴욕을 감수케 한다. 여성 관객으로서는 완벽한 두 번의 결혼식과 결혼 생활에서의 주도권, 나름의 성장통까지 이보다 좋을 수 없는 완벽한 시나리오다.

다른 주인공들도 비슷하다. 사만다는 영화 때문에 멋진 연하남을 애인을 버리고 역시 세상에서 가장 자신이 사랑하는 건 자신이라며 홀로서기를 한다. 항상 완벽주의자인 미란다는 남편의 불륜 고백에 한 번의 파란을 겪는다. 따지고 들면 미란다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있으나 승리는 언제나 여주인공 편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아이러니한 존재는 샬럿이다. 그녀는 동화 같은 삶을 꿈꿨고 왕자 같은 남자와 한번 결혼해서 실패한 전력이 있다. 그러다가 또다시 비슷한 수준의 남자를 만났고 가슴으로 낳은 완벽한 딸을 얻었고 궁극에는 그토록 원하던 출산을 한다. 그녀는 가장 전통적인 여성상에 가깝다. 비슷한 남자 만나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잘 살겠다는 꿈을 이루고 현재에도 아무런 불만이 없다. 하지만, 현대 여성의 욕망을 대변하는 다른 세 여성을 보자. 내가 능력 있지만, 더 능력 있는 남자를 만나겠다는 캐리, 한 남자에게 메이길 거부하는 사만다, 전형적인 전통적인 남녀역할의 전복을 보여주는 미란다. 그녀들의 생활에는 늘 뭔가 문제가 생긴다.

영화에서 가장 씁쓸한 장면은 캐리가 결혼한다고 했을 때 잡지사 편집장이 보여준 반응이다. “당신은 세상에 남은 마지막 남은 독신녀지만, 끝내주는 남자와 결혼을 한다. 20~30대의 팽팽한 것들만 할 수 있는 걸 40대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다.” 이런 반응에 근저에는 40대 대졸 백인 여성이 짝을 만날 수 있는 확률을 테러당한 확률보다 낮다는 고정관념이 깔렸다. 이 하버드-예일 연구가 실린 뉴스위크지 기사는 1986년 판이다. 그리고 이 기사는 20년 후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며 해명 기사를 냈다.

이 영화가 진정 이 시대 여성들의 결혼을 다루고 싶다면 이런 케케묵은 시각이 아닌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했다. 능력 있는 여성이 더 능력 있는 재벌남을 만나는 이야기가 성공한 결혼 전범이라면 되돌아올 반응은 된장녀 혹은 신데렐라라는 불명예밖에 없다. 추억을 더듬으려고 간 동창회에서 시답잖은 이야기만 하다 나온 것처럼 번지수를 잘못 찾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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