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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꽤 많은 요리 영화가 존재한다. 완벽한 프랑스 정찬 코스를 구경시켜 준 《바베트의 만찬》, 마술이 담긴 멕시코 요리를 선보였던 《달콤쌉사름한 초콜릿》, 이탈리아 요리는 피자와 스파게티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 《빅 나이트》, 새삼 중국 요리의 가짓수를 느끼해 해준 《음식남녀》, 푸근한 일본식 가정요리가 나오는 《카모메 식당》, 미국의 다채로운 파이요리의 진수를 보여준 《웨이트리스 : 국내미개봉》등 이 모든 영화에 등장하는 요리의 국적과 종류는 달라도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요리란 단순히 재료를 설명서대로 자르고 썰어서 접시 위에 쌓아올린 것이 아니라 마음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것.

《샤인》,《하트 인 아틀랜타》의 감독 스콧 힉스가 만든 로맨스 영화 《사랑의 레시피》도 이런 선배 영화들의 메시지를 따르려고 노력하지만, 결과물은 어설픈 즉석요리의 만듦새다. 일단, 뉴욕의 고급 레스토랑의 주방장으로 일하는 케이트(캐서린 지타 존스분)는 매스미디어가 보여주는 전문직 여성의 전형이다. 자신의 일에 자부심이 강하고, 비사교적인 워커홀릭에 일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여성적인 면을 거세한 비여성적인 여성. 이런 얼음 같은 그녀에게는 유일한 혈육인 싱글맘 여동생과 어린 조카가 있는데 갑작스럽게 여동생이 사고사를 당하면서 조카 조이(아비게일 브레슬린 분)는 그녀의 책임이 된다. 평온하지 못한 가정일처럼 바깥일도 꼬이는데 케이트가 조이를 돌보느라 부득이하게 일주일간 직장을 비우자 사장은 기다렸다는 듯 부주방장으로 닉(아론 에크하트 분)을 채용한다.

두 사람은 케이트가 가장 잘 안다고 자부하는 요리로 그녀를 당황하게 한다. 케이트는 항상 조이에게 최고의 요리를 해주지만, 아이를 매번 한 술도 뜨지 않아 케이트를 근심케 하고 닉은 케이트의 엄격한 형식미와는 대조되는 자유로운 요리법으로 그녀의 약점을 건드린다. 영화에서는 케이트가 닉이 이탈리아 요리사라며 화를 내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케이트는 정통 프랑스 요리사이기 때문이다. 이후의 줄거리는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닉은 친근한 이탈리아 요리 파스타를 앞세워 천천히 조이의 마음부터 사로잡고 조이의 마음을 얻고자 하던 케이트가 닉에게 호감을 보이고 닉은 조이와 이탈리아 요리를 앞세워 케이트의 마음마저 휘감는다.

전형적인 아이가 가교 역할을 하는 로맨스 공식으로 영화는 정량을 재서 자르고 담고 조리해서 봉지에 넣은 즉석요리처럼 착착 맞아떨어진다. 예상외라면 로맨스 영화 특유의 달콤함은 덜하다는 것. 일련의 할리우드의 로맨스 영화들이 정해진 공식대로 만들어져도 보편적인 호평을 이끌어내는 것은 달콤함이라는 강력한 인공감미료가 있어 오감을 마비시키기 때문인데 푸른빛이 감도는 화면은 대단히 정적이며 카메라워크는 관조적이기까지 하다. 남는 것은 조미료의 맛이 빠진 기계적 질감의 재료들뿐이다. 하지만, 알아둬야 할 것은 즉석요리라고 해서 허기를 채워주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것. 영화는 도시의 외로운 여성들을 배려하고 그녀들이 잠시나마 포만감을 누리게 할 듯하다. 내 자리를 위협하지 않으며 조력자가 돼줄 남자라니 그리고 아론 에크하트만큼 푸근하게 웃는 남자라면 그저 고맙다.

그래도 아쉬운 점을 꼽자면 케이트는 완벽한 레시피(조리법)에 집착하지만, 인생도 사랑도 직업도 하도못해 요리에까지 완벽한 레시피는 없다는 것이 영화의 주제인데 또 하나의 캐릭터인 요리가 이를 충분히 표현하지 못했다즌 점이 이 영화의 또 다른 패착이다.
 
《사랑의 레시피》는 원작이 따로 있다. 산드라 네텔벡이 만든 독일 영화 벨라 마샤(Mostly Martha, Bella Martha, 2001)를 미국에서 리메이크한 영화이다. 원작의 독일 요리가 미국판에서는 프랑스 요리로 변경됐다. 처음 케이트가 정신과 의사와 상담하는 와중에 독백처럼 설명하는 요리는 오터런이다. 어른 손가락만 한 회색머리맷새(Ortolan)을 잔뜩 살찌우고 나서 브랜디인 아르마샥에 익사시켜서 오븐에 구운 요리다. 정신과 의사에게 대접하는 요리는 샤프란 소스를 얹은 가리비. 케이트는 독창적인 샤프란 소스로 유명하다. 스쳐 지나가듯 잘 보이지는 않지만 케이트가 토치를 들고 만드는 타르트는 크렘 브륄레(Creme Brulee)다. 조이가 상한 줄 알고 버리는 버섯은 일명 땅에서 나는 다이아몬드로 불리는 트리플(송로버섯)로 독특한 풍미로 유명하다. 이 밖에도 닉이 만드는 얇고 바삭한 이탈리아 피자, 찬 통에 넣은 어마어마한 티라미슈 케이크, 바질을 넣은 스파게티는 등장만으로도 허기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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