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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언더스탠드

‘미스 언더스탠드’라는 제목과 화사한 옷차림의 영화 포스터 속 조안 알렌을 보고 《사랑할 때 버려야 하는 아까운 것들》류의 말랑한 중년 로맨틱 코미디로 짐작했었다. 하지만, 영화를 본 후 추측을 보기 좋게 빗나갔다. 우선 이해심 많고 친절한 여주인공을 연상시켰던 제목은 ‘미스 언더스탠드(Miss understand)’ 가 아니라 오해하다 라는 뜻의 ‘미스언더스탠드(misunderstand)’이고 내용은 ‘작은 아씨들’의 블랙 코미디 버전쯤 된다. 혼란을 안겨 준 제목은 한국측 수입사가 별도로 붙인 것으로 이 영화의 원제는 ‘The Upside of Anger’. 한 눈에 봐서는 뜻을 짐작하기 어려운데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분노의 시간이나 분노의 정점쯤이 되겠다.
    
네 딸의 어머니이자 평범한 가정주부인 테리 울프마이어(조안 알렌 분)은 평소 관계가 소원했던 남편이 비서와 바람이 나 집을 나갔다고 생각하고 사사건건 분노에 사로잡힌다. 전직 유명 야구 선수인 데니 데이비스(케빈 코스트너 분)는 테리의 불편한 심기와 상관없이 노골적으로 그녀에게 추파를 던지고 테리는 매일 데니를 술 동무 삼아 아픈 상처를 달랜다. 테리의 네 명의 개성 강한 딸들은 어머니와 상관없이 자신들만의 인생을 향해 나가는데 둘째 앤디(에리카 크리스텐슨 분) 는 대학 대신 뉴스 리포터를 택하고 장녀 하들리(알리시아 위트 분)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임신해 결혼을 선언한다. 아버지와 사이가 좋았던 발레리나 지망생인 셋째 에밀리(케리 러셀 분)는 어머니에게 반기를 든다. 한편 막내 포파이《뽀빠이》(에반 레이첼 우드 분)는 번지 점프를 좋아하는 소년 고든(데인 크리스텐슨 분)에게 반한다.

대강의 줄거리만 봐도 이 영화가 ‘작은 아씨들’과 꽤나 닮은 구석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북전쟁에 참전하기 위해 집을 떠난 아버지와 스웨덴인 여비서와 바람나 가출한 아버지, 부재한 아버지 대신 가장 역할을 하는 자애로운 어머니와 매일 술에 취해 화만 내는 어머니. 책임감 있는 맏이 메그와 대학을 졸업하자 마자 덜컥 임신해 결혼을 선언하는 하들리, 결혼 대신 작가의 길을 선택한 조와 대학 대신 직업의 길을 가려는 앤디(조는 중년의 프리츠 교수와 결혼하는데 앤디는 프리츠 교수 나이쯤 되는 PD와 사귄다.), 예술적인 재능이 있는 병약한 베스와 발레리나 지망생으로 스트레스성 병에 걸리는 에밀리. 철없는 에이미와 조숙한 뽀빠이. 전자인 ‘작은 아씨들’의 이상화된 가족의 스케치라면 후자인 ‘미스언더스탠드’는 울고 싸우는 옆집 이야기다.

한 때 시인을 꿈꿨으나 남은 거라곤 집 나간 남편과 하나같이 어머니의 기대를 저버리는 딸들 사이에서 테리는 끊임없이 화를 내는 것으로 대응한다. 극 중 테리가 오랫동안 아이들의 도시락을 챙겨주지 않았다는 대목이 나오는 것으로 짐작해 볼 때 그녀가 꽤 오랫동안 중년의 위기에 빠져 있었고 잠옷 차림으로 술잔을 들고 집안을 배회하는 것도 남편이 가출하기 전부터 일상화된 것으로 보여진다. 그녀의 분노는 남편의 가출로 정점을 이루는데 테리의 상처 받은 자존심을 치유해주고 세상과 다시 나서게 하는 것은 이웃에 사는 전직 유명 야구선수 데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동경하는 스타의 삶이지만 속은 매일 집에서 야구공에 사인하고 사람들에게 야구 이야기만을 종용 받은 우울한 인생으로 그는 테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왜 내가 당신 집에 자주 가는 줄 아세요? 난 그 냄새가 좋아요. 요리하는 냄새가. 내 집에선 그런 냄새가 않나요? 당신 집에는 문제가 너무 많아요. 누군가는 꼭 화가 나 있고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지만 너무 시끄러워요. 하지만 그건 현실이에요. 당신 가족과 함께 있으면 내 인생에 아직도 할 일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나는 야구 이야기가 아니라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감독은 어쩌면 데니의 말을 빌어서 우리네 인생이라는 것이 소설 속 ‘작은 아씨들’처럼 사랑과 우애로만 채워져 있는 것이 아니며 갈등과 분노를 역시 삶의 한 편린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분노라는 또한 얼마나 부질 없는 것인지를 영화의 결말을 통해서 드러내면서 사람은 누구나 분노하고 그 분노가 정점에 달하고 나면 모든 것을 훌훌 털고 일어나 새로운 삶을 향해서 나아가기 마련이라는 낙관적인 메시지로 영화를 마무리한다. 

이 영화의 감독은 마이크 바인더로 그는 영화에 딸 뻘인 앤디와 사귀는 라디오 PD 셰프역으로 직접 출연까지 한다. 워낙 능청스럽게 연기를 하기 때문에 그가 감독이라는 걸 몰랐거나 혹은 알았다고 해도 감탄사가 나올듯하다. 《미스언더스탠드》는 감독 마이크 바인더가 처음부터 테리 역에 조안 앨렌을 위해 염두 해 두고 썼던 만큼 테리역은 조안 앨렌에게 몸에 잘 맞는 옷이다. 할리우드의 내로라하는 싱싱한 여배우들(《트래픽》의 에리카 크리스텐슨, 《어거스트 러쉬》의 캐리 러셀, 《다운 인 더 밸리》의 에반 레이첼 우드, 《88분》의 알리시아 위트) 속에서도 눈에 보이는 것은 오직 발군의 연기를 선보이는 조안 앨렌뿐이다. 그녀는 이 영화로 ‘시카고 비평가 협회’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재미있는 것은 한때 할리우드 최고의 섹시 가이에서 이제는 배 나온 중년 남성을 연기해야 하는 케빈 코스트너는 이 영화 출연 당시 데니와 비슷한 상황이었다는 것. 《워터월드》와 《포스트 맨》의 연속 실패 이후 과거의 명성만 떠안은 퇴물 취급 받던 상황에서 그는 데니의 연기로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고 '샌프란시스코 비평가 협회'로부터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주인공이 미국 중산층이기에 영화적 메시지가 100% 전달력을 갖기는 힘들지만 한국의 엄마든 미국의 엄마든 그들이 뿔난 이유에는 딸들에게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게 하는 그 무엇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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