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의 숨겨진 사랑 이야기일까? - 《비커밍 제인》

by 삼월토끼 posted Oct 08,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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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햄프셔 스티븐튼, 시골 목사의 딸인 제인 오스틴(앤 해서웨이 분)은 작가를 꿈꾸며 습작에 몰두하지만, 어머니 오스틴 부인은 하루라도 빨리 과년한 딸을 레이디 그리샴의 조카 위즐리에게 시집 보내고 싶어한다. 한편, 아저씨 벤저민 랭글로이스 판사(이안 리처드슨 분)의 배려로 런던에서 법학 공부 중인 톰 러프로이(제임스 맥어보이 분)는 부적절한 행동을 일삼다 근신명령을 받고 스티븐튼에 있는 삼촌 댁으로 보내진다. 톰은 시골 생활을 비웃고 제인의 시를 무시해 분노를 산다. 제인은 톰이 오만한 사람이라는 편견을 갖지만, 곧 두 사람은 오해를 풀고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가난한 시골 목사의 딸과 11남매의 장남이라는 각자의 환경이 이들의 사랑을 방해한다.

제인 오스틴의 전기 영화로 오해하기 쉽지만, 극 사실적인 전기 영화가 아닌 일종의 팩션이다. 영화는 동명의 전기 《비커밍 제인(한국 출판명 : 제인 오스틴-세상 모든 사랑의 시작과 끝)》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이 책의 저자 존 스펜스가 주장하는 바는 제인 오스틴의 실생활이야말로 소설의 척도이며 그중에서도 21살 때 만난 동갑내기 톰 러프로이는 각인된 연인이자 소설의 뮤즈라는 것이다.


영화는 여기에 영감을 얻어 ‘오만과 편견’의 실제 주인공을 톰과 제인으로 내세운다. 이름만 다를 뿐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인 두 남녀 주인공을 보는 재미는 있다. (사실, 오만과 편견 같은 구도이라면 굳이 톰과 제인이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먹힌다.) 하지만, 이런 재미와는 별도로 마음 한구석이 찜찜한 것은 영화가 앞선 전제에 충실하기 위해 팩트를 입맛대로 재조립했기 때문이다.

언니 카산드라의 약혼자 톰 파울이 군목으로 갔다가 병사한 것이나 제인의 오빠 헨리가 8살 연상의 사촌 엘리자와 결혼한 것은 팩트지만, 제인 오스틴의 오빠 헨리와 톰은 친구 사이도 아니었거니와 톰은 반항아와는 거리가 먼 모범 청년으로 법학을 공부하러 런던을 가던 중 짬을 내 삼촌인 조지와 앤 러프로이  부부를 방문한 것이다.

레이디 그리샴이나 위즐리는 의도적으로 ‘오만과 편견’과의 연상작용을 위해 만든 허구적 인물이다. 제인이 톰이 권해준 헨리 필딩의 《톰 존스(The History of Tom Jones A Foundling)》를 읽고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는 것으로 그려지지만, 실제로 톰 존슨을 광적으로 좋아했던 것은 톰 러프로이며 제인 오스틴이 영향받은 작가는 사무엘 리처드슨이다.

어쨌든 영화는 반항적인 다아시 톰과 명랑 소녀 엘리자베스 제인 오스틴으로의 캐릭터 구축으로 절반의 성공은 한 듯 보인다. 하지만, 이런 의도적인 재구성으로도 ‘오만과 편견’을 따라갈 수 없는 것이 해피엔딩인 소설과 달리 제인 오스틴은 공식적으로 별다른 연애는 물론이요 결혼한 적이 없다는 관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없었던 사랑 이야기를 만들자니 무도회에서 단 4번 만난 젊은 날의 풋사랑 같은 관계가 집안을 책임져야 하는 야심 찬 청년과 가난한 집안의 처녀의 이야기로 변질했다.

이는 팩션이라도 넘어야 하지 말아야 할 선 – 제인 오스틴이 독립성을 훼손당하지 않고자 평생 결혼하지 않았다는 – 을 넘은 것이다. 영화 속 제인은 위대한 소설가와 평범한 가정주부 사이의 기로에서 고뇌한 흔적 따위는 없는 진부한 신파물 속 여주인공일 따름이다. 제인이 평소에 흠모했던 당대의 유명 소설가 래드클리프 부인을 만나 - 물론 두 사람이 만났다는 공식적인 증거는 없다. - 작가적 성공과 개인적 행복의 양립 불가능에 대해 듣는 에피소드가 이런 역할을 하기에는 미미하다.

제인이 유명 소설가가 되어 우연히 톰과 그의 장녀 제인과 우연히 재회하는 결말은 그래서 더 무례하다. 제인은 생전에 자신의 이름으로 소설을 발표해 유명세를 얻은 적도 없거니와 톰과 재회한 것도 사실이 아니다. 더욱이 톰 러프로이의 장녀 이름이 제인이라는데 착안해서 톰 역시 제인 오스틴을 잊지 못하고 있다는 식으로 포장하는데 주저함이 없지만, 톰의 장모의 이름이 ‘제인 폴’이라서 첫 손녀 이름이 제인이라는 또 하나의 사실은 외면했다.

이 영화에서 두 남녀 배우는 역할만으로도 주목받을 만했다. 당연히 제인 오스틴을 연기한 앤 해서웨이가 그래야 했지만, 뚜껑을 열자 무명에 가까운 스코틀랜드 배우가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이 됐다. <윔블던>에서 주인공인 폴 배타니의 멍청한 동생 같은 작은 역할을 했던 배우를 주목한 이가 몇이나 될까? 어쨌든 톰 러프로이 역은 이제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만한 음울한 눈빛과 모성애를 자극하는 여린 외모에 꼭 맞는 옷이었다.

하지만, 앤 해서웨이가 연기한 제인은 캐스팅부터 험난했다. 영국이 자랑하는 작가를 미국인이 맡은 것부터 말이 많았고 그녀의 새된 목소리와 끔찍한 영국 발음 탓에 감독까지 나서서 해명해야 했던 것. 더욱이 2005년 비슷한 역할을 했던 영국 출산의 배우 키아라 나이틀리가 연상되면서 미스 캐스팅쪽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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