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Nov 28, 2006

강하고 아름다운 여자 로베타 -《캠든에서의 그 여름/라빌 스펜서》

by 삼월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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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현대
국가 미국
출판년도 1994
원제 That camden summer
출판사 고려원북스
할리퀸 종류1 싱글
처음 이 작품이 라빌 스펜서의 신작이라는 출판사 홍보를 달고 나왔을 때 적잖이 당황했다. 왜냐하면 작가인 라빌 스펜서는 1997년 <Then came heaven : 그리운 나무그늘>로 절필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책 어디에서도 이 작품이 본래 출간됐던 연도나 기타 출판 정보에 대해서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줄거리를 보고 나서야 고려원에서 2000년에 출간했던 <That camden summer ,1994 : 아름답고 강한 여자 로베타, 로베타> 의 재출간 작 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과거 출간작 이라는 사실을 감추지 않아도 다시 읽을 만큼 이 작품은 훌륭한 페미니즘 로맨스 소설이다.

캠든에서의 그 여름 20세기 초 미국, 나이가 차면 섬에 유일한 수산물 가공 공장에 취직해 돈을 버는 것이 당연시 되는 작은 어촌 마을에서 태어난 로베타는 할머니에게 유산을 받자 섬을 떠나 육지로 가 간호사가 되는 교육을 받는다. 결혼 해 사랑스러운 세 딸을 얻었지만 남편의 바람기 때문에 정상적인 결혼 생활이 불가능해 지자 로베타는 위자료를 주고 과감히 남편과 헤어진다.

로베타는 새로운 생활을 위해 18년만 고향으로 돌아오는데 보수적인 고향 사람들은 “잘난 척 하며 섬을 떠났던 로베타가 결국은 이혼녀 꼬리표만 달고 왔다” 며 멸시한다. 로베타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인식하지 않고 세 딸과 함께 그녀들만의 행복한 가정을 꾸리려 노력한다.

한편 로베타의 낡은 집을 수리하러 온 목수 가브리엘 팔리는 처음에는 섬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녀에게 편견 어린 시선을 던지지만 로베타의 진정한 면목을 알게 된 뒤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주 정부 간호사로서 혼자 자동차를 몰고 진료를 다니던 로베타는 외딴 시골길에서 평소 그녀에게 흑심을 품었던 형부 알프레드에게 강간을 당하는데.

로베타는 기존의 어떤 로맨스 소설의 여성 캐릭터 보다 강하고 아름답다.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거부하고 스스로 개척해 나아가길 두려워 하지 않으며 삶의 배움을 멈추질 않는다. 남녀 성역할 구분이 뚜렷했던 시절에도 필요하다면 – 마차가 운송 수단인 시대에 - 자동차 운전도 마다 하지 않고 딸들을 타고난 생물적인 성(sex) 에 맞춰 양육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성인 젠더(gender) 에 따라 양성 평등적인 사고 방식으로 하나의 인격체로서 자유롭게 키운다.

그녀의 딸들은 비가 새는 낡은 집에서 물질적인 넉넉함은 느끼지 못하고 살지언정 그 빈자리를 문학과 음악 등 정신적인 풍요로 채우고 산다. 반면 로베타의 어머니는 딸들을 교육 시킬 필요가 없다며 학교 대신 수산물 가공 공장으로 보내라고 강요한다.

로베타의 언니 그레이스는 로베타와는 대조적인 인물로 그녀는 학업 대신 유산을 남편 사업에 투자 해 현재는 부유한 부동산 중개인의 아내가 된 인물이다. 로베타의 어머니는 끊임없이 로베타와 언니를 비교하며 사회적 체제에 순응한 언니만을 사랑한다. 그레이스의 남편인 알프레드는 늘 바람을 피워 그레이스를 기만하고 그것도 모자라 자신에게 굴복하지 않는 여성인 로베타를 제압하기 위해 그녀를 강간해 치욕을 안겨준다.

특히 이 소설에는 가부장제의 혐오스러운 면모가 날 것 그대로 낱낱이 묘사돼 있다. 여성은 아버지나 혹은 남편의 소유물이라는 관점 아래 남편이 없는 여자인 로베타는 섬 남자들에게 주인 없는 여자로 함부로 성을 취해도 되는 대상으로 취급된다.

일반적인 남성의 전형인 가브리엘 역시 이런 사회 분위기에 젖어 자신이 로베타에게 어떤 식으로 폭력을 가했는지 조차 인식 하지 못한다. 섬에 사는 여성들 역시 남성들의 이런 논조에 쉽게 동의하고 자신의 우월자적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로베타를 이혼녀라며 배척한다.

20세기 초 미국의 섬마을과 21세기의 대한민국이 사회상이 그다지 다르지 않는다는 사실이 책을 읽는 내내 불편하게 한다. 이혼한 여성들이 겪는 사회적 불이익, 가정의 이익을 최우선시하지 않고 개인적 이익을 취했다 하여 박해 당하는 여성들, 여전히 여성의 운전에 대해서 멸시 어린 태도를 취하는 남성 운전자들.

작품에 등장하는 강간신은 지극히 건조하다. 불필요한 수사나 감정 묘사 없이 작가는 그저 담담하게 꼭 필요만 단어만 사용해 이 장면을 보여준다. 사실 많은 로맨스 작가들이 너무나도 쉽게 강간을 일반적인 성 관계의 범주에 넣는 우를 범할 뿐 아니라 세밀하게 공을 들여 묘사 해 강간신을 넣은 작가의 의도가 과연 무엇인지 가늠할 수 없게 만든다.

과거 역사적인 시대상의 재현, 비뚤어진 사랑을 표현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 남성의 소유욕을 보여주기 위한 과정 등 온갖 이유를 들어 꼭 필요한 장면이었다고 항변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변질된 마조히즘 내지 가부장적 사회가 주입한 잘못된 성인식의 발현이라고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강간을 당한 뒤에 로베타의 태도 역시 너무나도 눈부시다. 알프레드가 로베타의 육체의 상처를 입혔을 뿐 그녀의 강한 정신은 상처 입히지 못했다. 그녀는 훗날 이 사실이 제 삼자를 통해 딸들의 귀에 들어갈 것을 염려해 딸들에게 자신이 강간당했음을 고백해 십대 딸들이 어머니를 동등한 인간이자 여성으로 바라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손쉬운 해결 방안으로 보호자인 새로운 남성을 찾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 믿음을 변치 않고 가브리엘이 청혼해 올 때마다 마음에 조금이라도 걸리는 것이 있으면 과감히 그의 청혼을 거부한다.

가 브리엘에게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는 처음에는 로베타를 지극히 편견어린 시선으로 대한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너무나도 순종적인 아내가 있었기 때문이다. 죽은 아내와는 이질적인 존재인 로베타에게 당황과 매혹을 동시에 느끼는 가브리엘은 로베타가 당하는 사회적 차별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면서 점차 변하기 시작한다.

그는 로베타가 강간 당한 것을 알고 난 뒤에 청혼을 하지만 – 로베타는 사랑이 아닌 결혼은 존재 가치가 없다며 그의 청혼을 거절 한다. 결국 가브리엘은 진정으로 자신이 로베타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달을 기회를 얻고 아름다운 결혼식을 올린다.

과거 동화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미(Beauty)는 단순히 외모의 아름다운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도덕적 단계를 지칭하는 단어였다. 이 작품의 로베타는 그 어떤 여성보다 아름답다.

가부장제 이데올로기가 지향한 덕목을 뛰어넘는 자기 주장과 관점을 가진 아름다운 여인 로베타. 진정한 인격적인 결합인 로베타와 가브리엘. 이 작품이야말로 작가가 진정을 구현해 내고자 하는 로맨스의 정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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