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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칙릿
국가 미국
출판년도 2007
원제 Notes From The Underbelly(2005)
출판사 대교북스캔
할리퀸 종류1 싱글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D라인이 뜬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었다. 한마디로 임신한 여성의 만삭의 모습이 아름답다는 게 글의 요지인데 살짝 어이가 없는 것이 곁들여진 사진이 전부 유명 연예인들이다. 예쁜 애들은 뭘 해도 예쁘다고 사진 속 그녀들은 하나같이 최신 패션에 다른 곳은 전혀 살찌지 않은 채 배만 나와 있고 임신 누드 자신은 명화 부럽지 않을 정도로 빛이 났다. 흥미가 생겨 출산 후에 모습을 찾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안고 있는 아이는 낳은 적도 없다는 듯 예전의 S라인 몸매다. 하기야 임신 중이나 출산 후에도 24시간 피트니스 강사가 달라붙어 운동시켜주는데 저 몸매로 못 돌아오면 이상한 거지. 애 키우기 바빠죽겠는데 운동할 시간이 어딨어. 유모가 3~4명씩이나 되니까 운동도 하고 쇼핑도 실컷 하는 거지. 저 맞춤 임부복 하나에 얼마인데 저 간지가 안 나면 죽어야지. 온갖 심술 맞은 생각을 하며 인터넷 검색하다 보니 이런 생각을 하며 책으로 낸 이가 있다. 바로 《라라의 눈부신 날들 이하 라라》의 작가 리사 그린이다. 이 소설의 여주인공 라라의 생각은 분명하다. 세상에 아름답고 우아한 임신이란 없다. 원래 이 소설의 제목은 《Notes from the Underbelly》로 임신에 대한 불만 보고서 같은 내용인데 국내 출판사에서는 임신, 육아 과정이 돌이켜 생각해보면 라라의 눈부신 날들이었다는 뜻으로 친절하게 해석해 생뚱맞은 제목을 붙여놨다. 아니면 독한 반어법일까?

이 소설을 이야기할 때 먼저 언급해야 하는 것은 작가 리사 그린이다. 그녀는 명문 조지타운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법무법인에서 기업전문변호사로 일하다가 전직해 L.A의 사립 고등학교에서 진학 상담사로 재직 중 임신과 출산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소설인 《라라》를 출판한다. 《라라》는 큰 인기를 얻고 ABC 방송사에 판권이 팔려 2007년부터 동명의 타이틀로 방영 중이다. 흔히 말하는 엄친딸이다.

앞서 언급했든 《라라》는 여타 칙릿 데뷔작이 그러하듯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다. 주인공인 29살의 라라는 법대를 졸업하고 오직 돈을 많이 벌 심산으로 대형 법률회사에서 변호사로 일하던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떠보니 명치 끝이 꾹꾹 쑤시는 아픔에 단숨에 직장을 그만두고 사립고등학교에서 진학상담사로 일한다. 남편 매트는 아이비리그를 졸업하고서 사업을 하는 전형적인 중상류층 백인 커플인 이들은 8년 동안 동거하고 결혼한 뒤 2년 만에 집을 사면서 텅 빈 침실을 채우려면 아이가 필요하다는 결정을 내린다. 아이가 생기기 전에 실컷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자고 하면서 임신을 미루다가 다른 친구들이 아이를 갖자 서둘러 갖기로 하는데, 두 사람은 성교육 시간에 나란히 졸았는지 성관계 시 사용하는 윤활유 젤 크림에 대해서는 통달했지만 정작 어떤 식으로 아이가 생기는지는 몰라 그냥 성관계를 가지면 아이는 언제든지 생긴다고 할 정도다. 아무튼, 둘은 강아지를 잘 키웠으니 아이도 잘 키우겠지 하는 심정으로 임신을 하지만 임신과 육아는 단순히 강아지를 키우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는 뼈저리게 겪는다. 그리고 그 체험기가 바로 이 작품이다.

소설의 프롤로그에서 작가는 자신이 일명 X 세대라는 것을 강조한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쳤으며 알파벳 세대 명을 부여받은 최초의 지구인. 집단을 위한 희생을 중히 여기는 구세대적 가치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이들이 엄마가 됐을 때는 어떤 모습일까? 이 책에 나와 있는 것이 정답이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답 중 하나일 것이다.

닭고기와 채소, 탄수화물만 먹고 패션지를 복음보다 중히 여기고 잘 빠진 2인용 컨버터블을 타고 다니는 고소득 직장 여성인 라라 (비록 그녀는 결혼했어도 첫눈에 반한 열정적인 결혼 생활보다는 파트너 관계에 가까운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 – 한마디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던 그녀에게 임신이란 개인적 가치와 사회적 지배 가치가 충돌하는 최초의 사건이다. 사회는 끊임없이 임산부가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보내지만, 라라 눈에 비친 임산부는 뚱뚱하고 촌스러운 꽃무늬 임부복의 이미지이며 가장 여성성을 발현하고 있으며 동시에 더는 여성으로서 성적 매력을 상실한 기이한 존재다. 데미 무어를 비롯한 많은 유명 연예인들이 끝내주는 임신 누드 사진을 찍었지만, 그 사진들이 임산부도 관능적일 수 있다는 것 외에 증명한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절대다수인 일반 여성들에게는 어차피 다른 세계의 이야기인 것을.

더 끔찍한 것은 내가 외계인의 지배를 받는 것도 아닌데 내 몸이 이제는 내 몸이 아니라는데 있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임신에 관심을 두고 그것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을 당연시한다. 여성이 출산 시 고통을 겪는 것은 이브의 원죄이거나 혹은 완벽한 모성 신화 속에서 자격시험이다. 자연분만만이 정상 출산법이며 고통 없는 제왕절개나 전신마취는 죄악이고 모성에 대한 모욕이며 나아가 그런 여성은 분명히 어딘가 흠이 있는 비정상이란 인식이 관념시 되고 있다. 라라는 질의 의학적 문제 때문에 제왕절개를 선택하자 사람들의 싸늘한 시선을 경험한다.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모성애 시험 관문은 출산 후에도 기다리고 있다. 한때는 모유보다 우유가 좋다며 난리를 치더니 이제는 모유가 최고라며 시대적 환경 변화 따위는 전혀 고려치 않고 여성에게 모유 수유를 강권하며 그렇지 못한 여성들에게 낙제점을 매긴다. 출산 휴가를 받아서 쉬어서 좋다고? 아기는 밤낮이 뒤바뀌어 있고 시도때도없이 울고 해서 한참 잠도 모자란 판에 24시간 아이에게 젖을 먹이려고 상시대기 중이어야 한다. 유축기로 미리 젖을 짜놓으면 된다고? ‘젖 짜보셨나 안 짜보셨으면 말을 마세요.’ 아기 입이 해야 할 일을 기계가 하니 고통이 따르고 유축기로 젖을 비워주면 다음에는 더 많은 젖을 분비해 통제 불능이 된다. 유축기는 어디까지나 보조기구일 뿐이다.

남편은 회사 출근을 핑계로 육아에는 도무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출산 휴가는 아이가 좀 정들만한 3개월쯤 되면 끝이고 직장으로 복귀해야 하는데 여기서 라라는 평소 칙릿을 무슨 대단한 여성 혁명의 산물로 포장해온 페미니즘 진영에서 들으면 거품 물만 한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부유한 LA에서 아이 낳고도 일한다는 건 대외적으로 남자가 능력이 없다는 걸 공표하는 것이며 지겨운 직장 일에서 벗어나려면 아이만큼 좋은 핑계가 없다는 것이다. 성차별이란 것을 겪어 보지 못한 미국의 포스트 페미니즘 세대다운 자연스러운 발상이지 않을 수 없다.

범인(凡人)들이야 친정어머니에 시어머니에 영유아 전문 탁아시설까지 뛰어다니며 우는 아기 떼놓고 천길만길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출근하겠지만, 중상류층인 라라는 출산 전부터 입주 가정부 겸 보모를 고용해서 편안하게 출근을 한다. 하지만, 보모가 엄마인 줄 아는 친구 딸 이야기를 듣고서는 보모와 모성애를 놓고 웃지 못할 경쟁까지 한다. 어떻게 보면 유치하고 다른 시각으로 보면 여성으로서 헤어나오지 못할 모성애 신화 함정에 빠진 기분이다. 워킹맘 만큼 죄책감을 느끼는 워킹파더가 있을까?

철없던 라라는 마지막에 조금은 철든 모습을 보인다. 자식 낳아본 입장으로 약간은 타인의 대해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된 것이다. 생활에도 변화가 생긴다. 패션지보다는 주부잡지와 육아지를 보고 2인승 컨버터블 대신 하키맘의 상징인 SUV를 산다.

라라는 작 중 이런 말을 하며 소설을 끝맺는다. “고등학교 때 대수 쪽지 시험 하나 볼 때도 아기 키우는 준비를 할 때보다는 훨씬 열심히 공부했다. 하퍼가 태어나기 전만 해도 매트와 나는 애 키우는 일이 힘들긴 뭐가 힘들겠냐고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고 싶다든가 하는 얘기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고, 아기가 울거나 젖을 달라고 보채거나 아기에 관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세부적으로 의논해 본적도 결코 없었다.” 자신들의 부족함에 대한 반성과 출산과 육아의 준비성에 대해 당부치고는 2% 부족한 뻔한 대학입시 에세이 냄새가 풍기는 결론이다.

작가는 여주인공 라라를 입을 통해서(이 소설도 1인 층 주인공 시점에서 쓰였다.) 대단히 무심한 듯 경박하게 임신과 출산에 대해서 토로하는데 여느 독자는 여기에서 평소 자신이 말하고 싶었으나 말하지 못했던 통쾌함의 대리 만족을 느낄 수도 있고 또 다른 이들은 그래도 한국의 범인들보다 훨씬 나은 조건인 - 아이러니하게 라라는 최상류층 친구의 조건을 부러워한다.- 백인 중상류층 여성의 배부른 고민에 공분할 수도 있겠다. 결론적으로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다. 우리 어머니들도 다 그렇게 키우셨다.”라고 외쳐대는 사회에 상처 받는 여성이라면 공감 한 표를 던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칙릿처럼 패션을 바로 인격 취급하는 시선은  대단히 불편하다. 라라가 임신에서 가장 먼저 불편하게 여기는 것도 외모요, '엄마와 나'라는 육아교실에서 전업주부들이 끔찍한 옷차림을 했을까봐 걱정한다.(자신이 혹여라도 그런 동류로 취급당할까 치를 떤다) 아무래도 라라는 워킹맘이기에 전업주부들과 신경전을 벌이는데 (전업주부라고 해도 한때는 모두 잘나가는 커리어우먼이었다.) 그녀들이 완벽한 준비성으로 자신을 압도하자 숨도 못쉬고 있다가 윤활유 젤 크림을 모른다는 사실을 알자 대놓고 무시한다. 인생의 최우선 순위가 아기라 자신을 미처 챙기지 못한 엄마들이 그렇게도 비웃음을 사야 할 존재일까? 라라는 자신과의 다름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이런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쿨하게 여기는 풍조는 아무리 경박함의 면피를 씌워도 늘 뒷맛이 쓸씁하다.  

작가는 리사 그린은 1년 후 후속작인 《Tales from the Crib, 2006》 를 발표했는데 여기서는 라라와 사이가 좋지 못한 이혼한 아버지, 25살짜리 영계와 바람을 피우는 남편이 그녀를 속을 긁는데 한몫한다. 물론 주된 이야기는 하퍼의 육아기 및  전업주부들과의 신경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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