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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칙릿
국가 미국
출판년도 2003
원제 Save Karyn: One Shopaholic's Journey to Debt and Back
출판사 재인
할리퀸 종류1 싱글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 유명인


얼마 전 미국의 한 앵커우먼이 패리스 힐튼의 석방 소식을 전하기 싫다며 기사를 분쇄기에 넣은 사건이 인구에 회자됐었다. 패리스 힐튼 – 이룬 업적이 아무것도 없는데도 유명세를 타 ‘사회 명사(socialite)’ 라는 애매모호한 용어로 불리며 버린 개 사료 깡통까지 뉴스가 되는 이 시대 최고의 아이콘 아닌가! 유명 호텔 체인인 힐튼가의 상속녀로 향후 2500억이 유산으로 책정돼 있고 최근 그녀가 말한 바에 따르면 1년에 1900억을 번단다. 유산만도 어마어마한데 파티에 한 번 나와 손을 흔들어주는데 5억이라는 대목에서 그녀가 ‘백치금발미인’ 컨셉을 유지하며 버는 돈의 규모에 또 한 번 까무러치지 않을 수 없다.

다이아몬드 수저를 여러 개 물고 태어나 하루 일과표를 파티와 쇼핑으로 채울 수 있는 그녀를 먼저 주목한 것은 패션계였다. ‘한 번 입은 절대 두 번 입지 않는다’는 정신 자세로 (절대 파산하지 못할 두둑한 지갑을 가지고) 길고 긴 명품쇼핑리스트를 작성해 가니 소비가 미덕이요 트렌드가 복음인 패션계에서는 그녀를 ‘스테이지 앞 평범한 상속녀 고객에서 스테이지 위 상속녀 모델로 만들어 언론에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했다. 누구보다 주목 받길 원하던 그녀는 이런 주위 기대에 한껏 부응 - 밤에는 술과 마약, 파티 낮에는 쇼핑 과외활동으로 남자친구와 섹스 비디오 찍기(섹스 비디오 유출 후 자신의 몫으로 32억을 받아 금전감각은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애인 갈아 치우기 등 방탕한 상속녀의 이미지를 온몸으로 연기하며 앞서 언급했든 파티에 한 번 나와 주는 대가로 수억을 버는 유명인이 된다.

마릴린 먼로와 다이애너비를 잇는 금발 아이콘이라 칭하고 돌아다니나 패리스 힐튼은 사실 금발도 파란 눈도 아니다. 그녀가 금발 아이콘을 연기하기 위해서는 솜씨 좋은 디자이너의 염색 솜씨가 발휘 되야 하며 파란 눈은 컬러 렌즈라는 현대 과학이 도움을 얻었다. 석방 되자마자 트레이닝 센터로 달려갔다는 연예 가십 기사처럼 쭉 벗은 날씬한 다리는 타고난 것이 아니라 러닝 머신 위에서 매일 두시간씩 달려서 얻은 결과물이다. 주식폭등으로 백만장자는 발에 차이고 억만장자도 드물지 않으며 개 끈 하나까지 명품을 고집할 만큼 명품을 입고 먹고 쓰고 돌아다니는 사람도 부지기수이나 그들이 유명해지지 않는 것은 모두 힐튼이란 뒷배경을 가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패리스 힐튼이란 진짜란 아무것도 없이 단지 있어 보일 뿐이다. 부모가 물려줄 재산과 든든한 가문의 힘, 현대 미용과학, 명품, 매스미디어의 합작 모자이크가 지금의 패리스 힐튼이다. 그녀야말로 장 보드리야르가 천명한 가짜가 판치는 세계- 시뮬라르크에서 견고한 욕망의 성(城)을 둘러치고 있는 공주일 뿐이다.

《섹스 앤 더 시티》를 꿈꾸고 《패리스 힐튼》를 욕망하다

1999년 5월 26살의 방청객 프로듀서 카린 보스낙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기 위한다는 거창한 명분으로 평생을 나고 자란 지겨운 도시 시카고를 떠나 뉴욕으로 가기로 한다. 뉴욕은 한 번밖에 방문한 적 없지만 《프렌즈》나 《세인필트》, 《섹스 앤 더 시티》에서 본 그곳은 대단히 친숙했으므로 새로운 터전으로 삼기로 한다. 편도 비행기표, 월세 보증금을 겨우 마련할 수 있었고 부족한 이사 비용은 카드로 긁는다. 《커티스 법정》의 프로듀서로 채용되고 주급 1,500불을 받기로 계약(월급으로는 6000불이나 세금이 41%임으로 손에 쥐는 건 3600불 정도 된다) 돼 있었으나 집세는 월세 1,800불로 그녀 말대로 감당 할 수 있는 범위를 초과한 액수였다. 하지만 캐리가 사는 바로 그 맨해튼이니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게다가 뉴욕은 쇼핑의 천국 아닌가? 가는 곳마다 패션지에서 봤던 명품들이 쌓여 있었다. 긴급한 상황이 오기 전까지 신용카드를 절대 사용하지 않기로 한 결심도 잠시 욕망에 굴복한 카린은 온갖 자기합리화를 통해 쇼핑할 구멍을 찾아낸다. 명품 구두숍에 들어가 280불짜리 ‘미우미우 구두’앞에선 좌절하지만 곧 가게에서 제일 싸다는 합리화를 통해서 예정에도 없던 160불짜리 구두를 구입하고 희희 낙낙해 한다. 일류 레스토랑 소개 잡지 《자갓》에 실린 레스토랑을 일일이 방문해 감상 평을 적는 것도 재미있는 놀이로 삼는다. 텅 빈 아파트를 꾸미기 위해 300불짜리 최고급 깃털 요를 구입하고 싸다는 이유로 계획에 없던 카펫 비용 200불을 가볍게 추가시킨다. 점심을 먹기 위해서 나갔다가 싼 소파가 있다는 말에 낚여 1800불짜리 소파도 구입한다.

데이트 전후에는 필수적으로 돈이 든다. 잘 보이기 위해서 명품숍에서 148불짜리 산호탑 구입하고 뚱뚱한 엉덩이 때문에 뜨거운 밤을 망치자 다이어트를 결심 몸매가꾸기책과 심장 박동 모니터부터 사들인다. 마술처럼 엉덩이 살을 빼준다는 말에 솔깃해 900달러에 개인 트레이닝도 신청하고 378불짜리 새 나이키 운동복(비용 초과이나 건강에 투자)도 마련한다. 남자친구를 유혹하기 위해서 카사렐 270달러짜리 잠옷 구입했다가 반응이 좋자 780달러짜리 명품 잠옷을 추가로 산다.

뉴요커 다운 세련된 외모를 유지하기 위해선 더 많은 돈이 든다. 금발미인의 이익을 위해 달마다 고급 헤어 살롱에서 300불 이상을 들여 염색과 커트를 하고 100불 주고 비키니왁스를 받고 60불짜리 네일숍 서비스도 받는다. 샐룰라이트를 연소시켜 준다는 50불짜리 클라린스 크림, 필수적인 여러 화장품값 200불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도 쇼핑을 해야 한다. 나가고 싶지 않은 데이트를 위해서 200불짜리 새 옷을 장만해야 덜 기분 나쁘고 직장에서 치이면 인근에 있는 블루밍 데일 백화점으로 가서 라프레리에서 600달러어치의 화장품을 가볍게 구입한다.

카드 빚의 압박

세금을 제하고 월급으로 총 3,600불을 받았지만 집세 1,800불을 내고 나면 카드 값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카린은 ‘구매 후 환불작전(구매 후 환불하면 환불 액은 이달에 계좌로 입금되지만 청구는 다음달에 된다.)’을 통해 이를 메운다. 하지만, ‘구매 후 환불작전’은 두 가지 새로운 문제를 발생시킨다. 환불 받으려고 샀던 물건이 마음에 들어 그냥 가지기로 결심하거나 혹은 비싼 물건을 사서 환불 받으면 돈에 대한 관념이 약해져 500불짜리 옷도 거저로 보인다는 것. 그래서 빚은 점점 늘어난다.

뉴욕으로 이주한 지 3개월 만에 카린의 빚은 월에 5,000불을 갚아야 할 수준에 이른다. 6개월 만에 갚아야 할 돈이 8,000불 수준에 이르자 넘어서자 “모든 밀린 카드 대금을 한 방에 갚으라는 현금서비스”카드를 새롭게 발급 받아 돈을 갚는다. 해가 넘어가자 그녀의 카드 빚은 15,000불로 늘어난다. 제작하던 TV프로그램이 시청률 저조로 막을 내리자 카린은 《아난다쇼》라는 새 TV토크쇼에서 프로듀서 일을 얻는다. 주급은 2,000불로 뛰었지만 (월급 4,800불) 2개월간의 준비 기간동안 무급 상태가 된다. 하지만 카린은 뉴욕을 잘 파악하기 위해 《자갓》에 실린 일류 레스토랑에서 매일 한끼씩 식사를 하고 새 노트북(180불)과 삼빡한 핸드폰을(120불) 구입한다. 2개월동안 월급을 못 받기 때문에 ‘구매 후 환불 계획’을 위해서 밤이고 낮이고 쇼핑을 한다. 월급이 늘어난 만큼 직장 일은 고돼진다. 아침 8시에 출근해 저녁 9시에 퇴근하는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14불씩 내고 택시로 출퇴근, 아침 식사비로 스타벅스에서 커피와 머핀 5불, 점심값 15불, 간식비 스타벅스 5불, 저녁 값 15불 총 하루에 유지비용만 54불이(커피와 식비, 교통비로 160만원을 내는 상황) 든다. 월세가 1,950불로 인상되고 집세가 두 달치 연체되자 집주인이 전화를 걸고 연체된 카드 회사 역시 10,000불을 당장 갚으라며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걸어온다. 회사에서 죽도록 일하지만 남자친구는 그녀가 일을 너무 많이 한다고 차버린다. 친구는 친절하게 너무 힘들면 회사 일을 잠시 쉬라고 권하나 빚을 갚기 위해 계속 직장에 나간다. 카린은 결국 신용복지센타와의 협의를 통해서 가지고 있는 카드를 모두 없애고 달마다 432불씩 카드 대금을 갚아나갈 계획을 세운다. 잘나가는 맨해튼을 떠나 후진 브룩클린의 좀 더 저렴한 1150불짜리 월세로 옮긴다.

그녀의 빚 갚기 일지

2001년 9월 10일 새 쇼를 시작되지만 9.11테러 사건의 여파로 쇼가 망하고 해고된다. 2002년 해가 바뀌어도 카린은 직장을 구하지 못한다. 일년에 7~8천만원에 달하는 고수입이 있었지만 남은 것은 명품더미와 카드빚만 25,000불이다.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그 동안 샀던 물건을 이베이에서 팔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이베이에서 물건 파는 값으로 빚 갚기가 턱없이 부족하자 이만 명이 1달러씩 도와주면 눈 깜짝할새 없이 갚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내고 유명 사이트에 광고 글을 쓴다. 사람들의 반응을 다양했다. 돈을 줄 테니 성적인 서비스를 해주지 않겠다는 편지부터 구걸보다는 파산 신청을 권하는 메일, 목숨을 끊어라, 일을 해서 갚아라 같은 메일을 받는다. 돈을 입금한 사람에 고무된 카린은 이 방법을 통해서 실제 빚을 갚는데 성공할 수도 있고 성공하지 못해도 이때의 경험으로 책을 내면 되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최초의 인터넷 구걸 사이트를 만들고 빚 갚는 과정을 사이트에 연재하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정말로 그녀에게 1,2불씩 돈을 보내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에 따른 비난도 빗발친다. 그녀를 “《섹스 앤 더 시티》에 나오는 창녀들 흉내쟁이”라는 부르고 “홈페이지를 삭제하지 않으면 72시간에 자신의 총구를 보게 될 꺼라는 협박성 메일도 받고 라디오 쇼에서는 “차라리 몸을 팔아라”라는 호통을 듣는다. 속속 안티카린사이트도 생겨나 그녀를 괴롭힌다. 유명세를 타자 좋은 일도 생긴다. 신문사에서 취재 요청도 받고 소니 영화사는 그녀의 일을 영화로 만들고 싶다며 의사를 타진해온다. 전세계적을 유명해지자 세계 각국에서 돈과 물건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카린은 15주만에 사람들의 도움을 얻어 13,000불을 모금하고 4,300불은 이베이에서 물건을 팔아 충당해 모든 빚을 깔끔하게 청산한다.

누구나 빚지진 않는다. 그러나 언제든 빚 질 수 있다.

사람들은 빚은 자신의 손으로 갚지 않았으니 그녀가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했으리라 생각하지만 카린은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어떤 실수를 하더라도 자책을 하면 안되며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고 항변한다. 시카고에서 뉴욕으로 이사한 것도 잘한 일이며 쇼를 관둔 것도 잘 한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하지 않았으며 인생의 진정한 행복을 찾지 못했으리라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그녀의 이런 주장과는 별도로 어째든 그녀는 빚 갚기에 성공했고 계획대로 빚 갚기 일지를 책으로 냈으며 영화 계약까지 마쳤다. 유명세와 글 솜씨를 바탕으로 자신이 진정을 하고 싶은 작가도 됐다.

그녀가 최초의 인터넷 구 걸인이었으며(물론 카린은 자신의 글을 보고 웃은 사람들이 1불을 보낸 것임으로 자신의 행위가 구걸이 아니라고 말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카린 같은 뼈아픈 경험을 했기 때문에 (혹은 앞으로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돈은 보냈으리라 여겨진다. 카린은 현대 사회의 신자유주의가 파놓은 함정에 걸린 생활채무자의 전형이다. 현대사회는 쇼핑을 강권하는 사회다. 뛰어난 마케팅 전략으로 연일 상품이 곧 당신을 말해준다고 세뇌를 시키며 패션잡지, 드라마, 영화 등을 통해서 끊임없이 눈을 현혹한다. 무이자 할부, 입회비 감면, 무료 서비스, 미끼 상품을 내세워 소비를 돕는다.

카린의 쇼핑 과정을 보면 평범한 개인이 얼마나 쉽게 쇼퍼홀릭의 나락으로 떨어져 사회적으로 매장될 수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쇼핑의 파워를 맛봤다. 어린 시절 못난 외모로 친구들로부터 인기를 끌지를 못했지만 “화끈한 롤러”라고 쓰여진 멋진 옷을 입자 친구가 생긴다. 어머니의 재혼으로 부유한 새 아버지가 생겨 다른 부촌 아이들과 어울려야 할 때도 쇼핑을 힘을 유감없이 힘을 발휘한다. 폴로 옷을 입자 쉽게 무리 안으로 받아들여진다. 쇼핑의 위력은 세월에 따라 게스 진 바지,부아르넷 선글라스,구치백으로 옮겨갔을 뿐 그녀를 절대 실망시키지 않는다. 카린이 타인에 대해서 묘사를 할 때는 얼마나 그들이 근사한 옷차림을 했는지가 핵심이며 물건을 살 때도 근사해진 자신을 먼저 상상한다.

그녀의 쇼핑 철학은 저가 믹서를 구입하라는 어머니에게 “왜 싸구려를 사겠어요.단돈 80달러만 얻으면 최고급품을 사는데요”라고 반문한데서도 그대로 들어난다. 마치 홈쇼핑 단골 문구 같은 얼마만 더 추가하시면 최고급을 손에 쥘 수 있다는 이 마약 같은 단어에 중독된 카린은 잡지에서 본 최고급 품만 고집한다. 월에 6,000~8,000불을 버는 고소득자 직업 군에 속했지만 세계 최고의 부자들만 사는 뉴욕인지라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분위기에서 생활하는 그들처럼 자신도 부유해지길 꿈꾼다. 지금은 쥐꼬리만큼 받는 프로듀서지만 수석 프로듀서,책임 프로듀서가 되면 빚 20,000불은 금방 껌 값이 되리라 여긴다.


결국은 패션 이야기가 핵심

세련된 뉴요커의 전형이었던 카린의 삶은 돈이 없어지자 한 순간에 빛을 잃는다. 그녀는 “백수에다가 예전같이 사치를 부릴 수 없었으니 점점 원래 내 모습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날 빤히 바라보는 것 같다.”고 토로하나 역설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뉴요커의 세련된 삶이 얼마나 허황됐으며 매스미디어에 의해 조작됐는지를 알려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금발을 유지하기 위한 헤어 살롱 비용(소소한 네일 관리 비용과 비키니 왁스 추가) 부터 필수적으로 뒤따르는 고가의 명품 옷과 구두, 화장품 비용, 멋진 몸매를 위한 개인 트레이닝,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한 패션지 구독, 유명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하기 등 고가의 유지 비용이 뒤따른다. 하다못해 뉴요커가 필수품처럼 들고 다니는 스타벅스 커피는 한 잔의 5불이다.

여기서 다시 패리스 힐튼으로 돌아가자. 미국 사회는 왜 그토록 패리스 힐튼에게 환호하는가? 패리스 힐튼을 지칭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유명한” 사회 명사라는 단어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은가? 패리스 힐튼 개인이 이룬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녀가 음반을 냈고 영화에도 출현했으며 책도 썼다고 말할 테지만 이는 유명세에 부수적으로 따라붙는 상품에 불과하다.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부모가 물려준 재산으로 뉴요커의 세련된 외모로 환골탈태했으며 최고급 백화점, 일급 레스토랑, 물 좋은 클럽 등 뉴요커의 꿈 같은 생활을 실생활에서 영위한다.아무것도 하지 않은 삶이 최고의 미덕이었던 과거 귀족들의 방탕한 삶의 현대판 재림이다.

패리스 힐튼의 강점은 바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데서 사람들을 매혹시킨다. 패리스 힐튼은 자신에게 주어진 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고도 부유한 삶에”에 대해서 뻔뻔할 정도로 자랑스러워 하기까지 했다. (유명해 진 뒤에는 지금은 자신도 일을 한다고 곧잘 항변하고 있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청교도적인 미국 사회에서 패리스 힐튼이야 말로 금기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사랑스러운 괴물인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카린은 “돈이 전부가 아니고 인생에는 화장품과 옷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화려한 생활을 추구하려고 나와 안 맞는 직업을 추구하는 것은 나쁘다”고 썼지만 아니러니 하게도 이 책의 대부분은 옷 잘 입는 프로듀서 카린의 뉴욕 쇼핑 이야기다. 훗날 영화로 만들어진다 해도 돈으로 현대 사회가 포장한 이미지를 매력적으로 구축한 여주인공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이 뻔하다. 사회적으로 비싸게 보이고 싶은 욕구가 팽만해 있는 이상 겉으로는 돈이 최고는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돈이 유지해 주는 삶에 대한 동경을 한 가득 담아낸 칙릿은 지속적으로 출간될 것이 자명하다. 2001년 칙릿과 패리스 힐튼에 대한 열광하는 사이클이 맞아 떨어진 것이야말로 그 어느 리얼리티 쇼보다 생생하게 사회적 심리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원제 Save Karyn: One Shopaholic's Journey to Debt and Back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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