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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현대
국가 한국
출판년도 2007
출판사 파란미디어
할리퀸 종류1 싱글
가장 흔한 드라마 한 토막, 여자가 남자에게 헤어지자고 말했는데 남자가 매달리면 열에 열은 여자의 입에서 이런 말이 흘러 나온다. “넌 왜 이렇게 쿨 하지 못한 거니?”

연인보다 더 가까운 이성친구가 있는데 그걸 연인이 질투하면 쿨 하지 못한 거고 내가 연애를 하다 상대방을 뻥차도 뻥차인 상대는 뺨을 날리는 대신 이제 우리 친구로 지내자는 우정의 손을 내밀어야 쿨 한 거다. 지극히 이성(理性)적으로 들리는 쿨하다(하지 못하다) 라는 말에는 결국 상대편이 아닌 “자기본위에서”라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 쿨하다는 것은 더듬어가면 ‘세상에서 가장 내가 소중하다’와 통한다. 다 자기 멋에 사는 세상에 내가 가장 소중하다는 말에 구지 딴지를 걸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남은 안중에도 없이 ‘전 소중하니까요,난 쿨하니까’를 외치는 그(그녀)들을 볼 때마다 불편한 감정을 지울 수 없다. 쿨한 여성을 내세워 한국 로맨스 사상 가장 파격적인 관계를 다룬 《지영우와 우수한》 역시 읽는 내내 불편한 감정을 선사한다.

32살의 지영우는 한마디로 뉴요커 삶 그것 같다. 20대에는 수퍼 모델로 화려한 모델 생활을 했고 모델계에서 은퇴한 뒤에는 성공적인 경영자로 모델 에이전시를 꾸려간다. 그녀의 남자 관계는 더할 나위 없이 쿨해서 그녀를 중심으로 위성처럼 맴도는 두 남자 우수한과 신석현은 각각 5년째 동거중인 남자와 2년 동안 결혼 생활을 한 전남편이다. 우수한은 지영우를 지극히 사랑하며 친구 같은 전남편 관계를 비롯해 지영우의 남자 관계를 모두 용인해 주는 넓은 가슴을 지녔다. 신석현 역시 5년째 다른 남자와 동거중인 전부인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그녀에게는 메인은 우수한이고 스페어는 신석현이며 스페어도 없을 때는 스페어의 대타들이 즐비하다. 우수한과 사랑 싸움을 하면 신석현을 찾아가 위로를 받고 신석현도 우수한도 없을 때는 대타들과 영화보고 밥 먹고 술 마시는 것이 그녀의 쿨한 애정 지형도다.

이런 쿨한 관계 – 지영우한테 지영우가 가장 소중한 관계가 유지 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지영우의 남자들은 자신보다 지영우를 더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지영우의 남자들은 그녀를 사랑한다는 죄 아닌 죄 때문에 지영우에게 감정적 희생을 강요 당한다. 우수한이 지영우에게 다른 남자와의 관계를 정리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비뚤어진 소유욕의 발현이며 동거하는 집에 전남편이 찾아온 흔적이 있어도 항상 그럴만한 속사정이 있으려니 하고 적당히 눈감아줘야 한다.

작가는 남자들의 희생을 정당화 하기 위해서 여성에게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하는 결혼제도와 가부장제를 합리화 장치로 이용한다. 신석현은 스캔들을 무마시켜 준다는 빌미로 지영우와 결혼에 성공하고 지영우는 19세기 며느리를 요구하는 시어머니와 갈등 끝에 이혼한다. 석현은 영우와 어머니 사이를 조율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한다. 지영우의 “첫 번째 결혼에 크게 데었다”는 이유는 우수한의 청혼을 한 방에 무력화시킨다. 가부장제의 상징 같은 우수한의 졸부 아버지 우회장이 지영우에게 던지는 “흠 입는 여자,헌이불”이라며 모욕적인 언사는 대립각을 날카롭게 해 도리어 지영우의 쿨하며 세련된 여성이라는 이미지를 한층 부각시켜준다.

지영우는 이런 합리화 장치를 통해서 남자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던 ‘쿨한 여성’에서 ‘가부장제의 희생양으로 위치가 탈바꿈한다. 지영우가 우수한 대신 신석현과 결혼 할 수 없었던 절박한 이유는 신파 멜로물의 가련한 운명의 여주인공의 이미지까지 덧씌운다. 이를 기점으로 쿨한 관계를 지향하던 드라마는 신파 멜로 드라마로 전환된다.

대체 지영우에는 쿨하지 못하게 왜 이토록 많은 면피가 덧발라져야 했을까?
지영우에게 계속해서 면피가 필요했던 이유는 작가가 생각하기에도 그녀의 쿨함이 결국은 자신만 아는 “양손에 떡을 쥐고 있는 이기적인 여성”이라는 생각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작가의 포장이 아무리 근사하다 해도 가려진 불편함은 어떤 식으로든 귀환 해 얼굴을 찡그리게 만든다. 각각 지영우와 우수한,신석현의 성별을 역전시키면 불편함의 그 실체는 보다 확실해진다.

작가는 후기에서 “사랑의 해피엔딩은 결혼뿐일까요? 사랑의 완성은 결혼이라는, 로맨스의 해피엔딩은 당연히 결혼이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고 싶었습니다. 결혼이란 제도도 묶이지 않아도 사랑을 할 수 있고,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라고 밝히고 있는데 《지영우와 우수한》는 이를 지극히 1차원적으로 실현하고 있다. 작가의 생각대로 “결혼 없는 해피엔딩” 이 가능하다고 믿었다면 19세기 결혼제도에 희생당하는 쿨한 여성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21세기식 새로운 관계를 조명하는데 좀 더 노력했어야 했다. 대의명분 없는 쿨함이 보고 싶다.

지영우와 우수한,파란미디어,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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