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부터 심상치 않았던 <고슴도치 치료하기>.

할아버지 같은 산부인과 의사 우교수와 고슴도치 환자 무영의 이야기는 내 가슴을 따뜻하게 할 뿐만 아니라 시작부터 끝까지 공감을 자아내게 하고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끔 한 시간이었다.


로맨스하면 막연한 꿈같은 사랑과 환상을 떠올렸었다. 깊이 있고 마음을 울리고 가슴을 적셨던 소설들이 많았음에도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획일화된 듯한 아쉬움 남는 사랑이야기들을 접하게 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로맨스소설에 회의를 느끼고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로맨스를 통해서 사랑을 꿈꾸고 행복과 즐거움을 느꼈음에도 어느새 닿을 수 없는 허무한 꿈 또는 환상으로 치부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 면에서 <고슴도치 치료하기>는 나에게 다시 한번 로맨스에 대한 애정과 활력을 불어넣어주었다. 선희와 무영은 로맨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주와 여주가 아니다. 길을 지나가다가 잠시 스쳐지나가는 이의 사랑을 엿본 듯한 평범한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 그렇기에 더 특별하고 감흥을 주었다.


새치로 인해 나이에 비해 늙어 보이는 산부인과 의사인 남주 선희, 남자답다는 말을 듣곤 하는 동화작가인 여주 무영. 이름만보면 성별을 바꿔 생각하기 십상인 두 사람은 무영이 자궁내막증에 걸리게 되면서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여느 의사와 환자의 관계였던 두 사람이 겉으로 내색하진 않지만 치료를 통해서 점차 서로에게 관심과 호감을 갖게 이르고 연인 사이로 발전하는 그 과정이 시간을 두고 천천히, 자연스럽게 묘사되고 이루어져 더 소설에 몰입하고 공감을 할 수 있었다. 시나브로! 이 소설을 표현하는 단어로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가 아닌 가싶다. 모르는 사이 조금씩 조금씩 서로를 향해 가는 두 사람의 사랑처럼 모르는 사이 조금씩 조금씩 글 속의 인물들과 호흡하고 호응할 수 있었던...


<고슴도치 치료하기>의 매력은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무영이 자신의 병명을 깨닫고 치료하는 과정부터 시작해 선희가 환자인 무영에게 조금씩 마음을 빼앗기는 등 이 소설의 모든 이야기가 아주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엉뚱한 면이 없지 않아 있는 독특한 무영의 캐릭터, 성실하고 자상하고 우직한 선희의 캐릭터.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인간적이고 공감가게 묘사되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현실적으로 다가온 것도 그렇지만 주고받는 대사 하나하나, 생각 하나하나가 절로 고개가 끄덕였다고나 할까! 동화를 좋아하고 여전히 동화책을 즐겨보곤 하는 나로서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무영의 동화를 엿보는 것 또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무영이 쓰는 동화가 아닌, 이 <고슴도치 치료하기>를 탄생시킨 연두작가님의 동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글 속에 등장하는 동화의 이야기 나를 매료시켰다. 혼수 때문에 고민하는 무영에게 자신을 위한 동화를 혼수로 달라는 선희의 말. 그런 선희를 위해 진실된 애정과 마음을 담은 동화혼수를 준비하는 무영. 두 사람의 예쁘고 소탈한 모습이 정말 멋졌다.

로맨스지만 로맨스 같지만은 않은 특별함을 주었던 소설, 아마도 오래도록 잊지 않고 다시금 펴보며 되새기게 될 소설 중의 하나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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